24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의 930번 지방도 옆 산이 불타고 있다. 도로가 통제돼 화재 진압 차량만 지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영남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26일까지 대기가 더 건조해지며 산불 확산 위험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27일 전국에 예고된 봄비가 산불 진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기상청에 따르면, 25~26일 서풍(西風)이 백두대간을 넘어 한반도 동쪽에 고온 건조한 바람을 계속 불어넣으며 현재 경북 전역과 강원·충북·경남·호남·제주에 발령된 건조특보 구역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남쪽 해상에 이동성 고기압이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우리나라 북쪽으로 저기압이 연달아 지나면서 그 사이로 서풍이 강하게 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저기압과 고기압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두 기압 사이에 부는 바람이 거세지는데, 저기압이 계속 지나다 보니 최대 풍속 초속 15~20m의 거센 바람이 계속 불어오는 것이다. 산불이 커질 수 있는 ‘높은 건조도’ ‘강풍’ ‘적은 강수’의 3박자가 갖춰진 셈이다.

관건은 27일 예고된 비구름대다. 이날 오후까지 전국에 비가 내리고, 충청권과 전라권·경상권·제주도에는 밤까지 비가 이어지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다만 대기가 워낙 건조한 상태인 데다 산불 지역에선 비가 불에 닿으며 곧바로 증발해 버릴 수 있어 강수량이 많아야만 진화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압골이 다가올수록 예상 강수량을 많이 잡았던 수치 예보 모델에서 비의 양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비는 27일 대부분 그치겠고, 제주는 2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이 비로 인해 당장 한반도 동쪽의 심각한 메마름은 해결되겠으나, 내달 첫째 주까지 우리나라가 다시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추가적인 강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영남을 중심으로 대기가 다시 급속도로 건조해질 수 있다. 특히 주말인 29~30일은 북쪽에서 거센 찬 바람이 내려올 것으로 보여 산불이 꺼지지 않았을 경우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편 25~26일에는 지난 주말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에 미세 먼지까지 서풍에 실려 우리나라로 유입되며 공기 질이 최악이 될 전망이다. 25일 전국 미세 먼지(PM10) 농도는 ‘매우 나쁨’, 26일에는 ‘나쁨’ 수준을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