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부터 재차 태풍급 강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27일 예고된 봄비가 분무기를 뿌리듯 세찬 바람에 흩날릴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현재 산불 지역인 산청과 의성 일대는 다른 곳보다 강수량은 더 적고, 바람은 더 세찰 것으로 전망됐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 엿새째인 26일 하동군 옥종면 일대에 활짝 핀 벚꽃 뒤로 산불진화 헬기가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5.3.26/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일본 남쪽 해상에 고기압이 자리한 가운데 26일 밤부터 비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이 들어오면서 제주와 남해안을 시작으로 비가 내리겠다. 기압골은 저기압의 일종이다. 이에 우리나라 북쪽에 저기압, 남쪽에 고기압이 자리하면서 남고북저(南高北低) 기압계가 재강화돼 남서풍이 강하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서풍 계열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백두대간을 넘어 고온건조해지는데, 이렇게 불어든 건조 바람이 영남 산불의 원인이 됐다. 서풍이 다시 강하게 들어오며 산불 위험을 높이는 것이다.

27일 전국에 내리는 봄비는 강한 바람에 흩날릴 것으로 예상됐다. 산불 지역에선 비가 강하게 퍼부어줘야 진화에 도움이 되는데 강풍으로 인해 비가 분산되는 것이다. 27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5~20㎜, 강원도 5~10㎜, 충청권 5~20㎜, 호남권 5~20㎜, 제주도 5~30㎜ 등이다. 산불이 발생한 영남은 경남남해안 5~20㎜, 부산·울산·경남내륙·경북서부내륙 5~10㎜, 대구와 경북(서부 제외) 5㎜로 예보됐다. 의성은 5~10㎜, 산청은 5㎜ 미만 강수 지역에 속해있다.

25일 서울 중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됐다. 올해 서울 지역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기는 1월 20일, 2월 16일에 이어 세번째다. /뉴스1

27일 밤부터는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들어오며 기온이 뚝 떨어지겠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한랭건조하고, 차갑다보니 밀도가 높아 가라앉는 성질이 있어 지상에 강풍을 불게 한다. 이런 바람이 28~30일 전국에 몰아치면서 전역의 건조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27일 비 이후에는 식목일인 내달 5일까지 추가적인 비 소식이 없다. 건조도는 높아지고, 강풍은 여전하며, 비는 내리지 않기 때문에 산불 위험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6~27일 고비사막과 내몽골고원 중국 동북지역에서 황사가 재차 발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황사는 27일 오후부터 국내로 유입되겠으나, 비구름대 영향으로 모래알갱이가 지상까지 떨어질지는 미지수다. 26일에는 지난주말 발원한 황사의 영향으로 오전 9시 기준 서울에서 황사가 관측됐다. 이에 서울(송월동 관측소)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122ppm, 관악산은 148ppm을 기록하는 등 ‘매우나쁨’ 수준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