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어둠이 내린 경북 안동시 남후면 광음리 뒷산에 민가를 삼키려는 화마처럼 산불이 확산하고 있다./뉴스1

27일 비구름대를 동반한 기압골이 한반도를 통과하며 전역에 비를 뿌릴 것으로 예보됐다. 그러나 산불 지역인 경북과 경남 내륙에는 강수량이 적을 것으로 보여 화재 진압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예상됐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26일 밤부터 전남·경남 남해안에서 비가 시작돼 27일 밤까지 전국에 비가 내릴 전망이다. 27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충청·호남 5~20㎜, 강원도 5~10㎜, 제주 5~30㎜ 등이다. 특히 산불이 확산하는 영남은 경남 남해안 5~20㎜, 부산·울산·경남 내륙과 경북 서부 내륙 5~10㎜, 대구와 그 밖의 경북 지역은 5㎜ 미만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큰 산불이 난 의성·청송은 5㎜ 미만, 산청·울주는 5~10㎜에 그칠 전망이다. 이마저도 27일 새벽부터 오전 사이 비가 약하게 퍼붓고 소강 상태에 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비는 바람을 타고 흩날리는 불씨를 잡아주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큰 산불이 났다는 것은 많은 나무가 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산불은 대개 나무 주변 지표부터 불이 붙어 줄기로 불길이 타고 올라가고, 높아진 불꽃이 강한 바람에 실려 인근 나무로 날려가는 과정이 반복된다. 일부는 땅 밑 나무뿌리까지도 불이 붙을 수 있다.

나무의 발화 온도는 보통 섭씨 450도 이상이다. 산불이 번져 활활 타고 있는 나무들에 비가 떨어져도 비는 섭씨 100도에서 증발하기에, 온도를 빠르게 식혀줄 정도로 많은 비가 퍼붓지 않는 이상 강수로 나무에 붙은 불을 끄기는 어렵다.

다만 증발 과정에서 산소가 공급돼 나무가 더 빠르게 타도록 도와 화재를 일찍 끝내는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비가 메마른 대기와 땅에 수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산불의 강도나 확산을 일시적으로 지연시켜 주는 효과는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27일 비가 내린 후 내달 첫째 주까지 약 일주일간 추가적인 강수 소식이 없다. 여기에 28~30일 북쪽에서 한랭 건조한 바람이 내려오면서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건조도도 높아질 전망이다. 최근 영남의 높은 건조도가 서풍(西風)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진 것이 원인이었다면, 북풍은 우리나라 전역을 건조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주로 한반도 동쪽에 한정돼 있던 건조 지역이 내륙 전체로 확대하면서 산불 위험 지역이 더 넓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