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은 1990년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60억㎞ 넘게 떨어진 우주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의 별칭이다. 미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같은 제목의 저서에서 지구를 우주라는 광활한 무대에서 빛나는 작은 먼지에 비유하면서도, ‘우리가 아는 유일한 집’이라고 덧붙였다. 4월 22일은 우리의 유일한 집을 지키기 위해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향한 행동을 다짐하는 ‘지구의 날’이다.

집은 편안하고 안락해야 하는 곳이지만, 우리의 하나뿐인 소중한 집이 기후변화로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뚜렷한 징후가 일제히 정점을 찍었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메탄·아산화질소의 농도는 지난 80만년 중 가장 높았고,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를 넘어서며 2015년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한계를 돌파했다.

전 지구적 기온 상승은 기상 이변의 빈도와 강도를 눈에 띄게 높이며 지구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작년 1월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영하 34도에 90명 이상이 사망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서 기온이 51.8도까지 올라 1300여 명이 온열 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10월에는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200명 넘게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작년 평균 기온이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14.5도를 기록했다. 여름철 고온은 이례적으로 9월까지 이어졌고, 연간 열대야 일수도 24.5일로 평년의 약 3.7배였다. 온난화는 산불 취약 지역을 넓히는 영향도 줄 수 있는데, 얼마 전 큰 피해를 낳은 영남 지역의 산불이 증거일 수 있다. 이런 재난은 기후 위기가 생태계와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행히 인류는 기후 위기에 맞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중앙아메리카의 코스타리카는 1980년대에 25%로 줄어들었던 열대 우림을 재조성해, 2020년대에는 50% 이상으로 회복시켰다. 우리나라도 신재생 에너지 전환 확대로 발전소 산업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2022년에 14% 이상 감축하는 등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책과 시민의 참여가 결합된 위 사례들은 우리의 행동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한다.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지구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행동을 촉구하는 날이다. 행동은 판단 근거가 있을 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의 장기적 추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통해 기후변화 예측 정보를 개발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수립한 기후 정책의 달성을 위해 기업과 지역 사회, 개인이 행동해야 할 때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사는 지구는 거대한 우주 암흑 속에 있는 외로운 한 점이며, 우리가 스스로를 파멸시킨다 해도 우리를 구원해 줄 도움은 외부에서 올 수 없다”고 말했다.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지킬 유일한 방법은 우리의 행동뿐이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창백한 푸른 점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