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 HD현대오일뱅크 대산 본사에 위치한 바이오디젤 공장. HD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 전환을 위해 탄소 중립 인증 연료 개발 등 저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제공

정유사들이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탄소 중립과 친환경 흐름에 따라 공정 내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저탄소 석유 제품 개발에 나서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 유가와 에너지 정책에서 변동성이 커진 것도 정유 업계가 신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바이오항공유, 바이오선박유로 대표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바이오 연료 생산 확대 및 탄소 중립 인증 연료 개발을 통해 저탄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식물이나 미생물 기반 원료로 연료를 만드는 걸 뜻하는데, 활용 분야에 따라 에너지·환경 분야의 화이트 바이오, 약학·의약 분야의 레드 바이오, 농업·식품 분야의 그린 바이오로 구분된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바이오항공유, 바이오 선박유’ 등으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연 13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 공장을 상업 가동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이 공장은 국내 최초 ‘초임계 공법’을 도입해 고온·고압 조건에서 촉매 없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산도가 높아 처리가 까다로운 비식용 원료도 투입 가능해 기존 공법 대비 식량 자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해외 수출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6월엔 일본 5대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와 계약을 맺고 수출에 나섰다. 계약된 물량은 ANA항공(전일본공수)의 항공기 연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7년 국내 SAF(지속 가능 항공유) 의무 혼합 제도 역시 준비하고 있다.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혼합 비율 1%가 의무화된다. 이미 지난해 8월 대한항공이 인천-하네다 노선에 SAF를 급유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20번째 SAF 급유 국가로 등재되기도 했다.

바이오선박유 또한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 분야다. HD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해외 선사 수출에 성공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를 국내 선사에 공급한 데 이어 12월에는 대만 선사 ‘양밍’에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초저유황 바이오선박유는 기존 바이오선박유의 탄소 중립 효과와 대기오염 물질인 황 배출 저감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품이다. 바이오선박유는 별도 엔진 개조나 새로운 공급 시스템 없이 투입 원료만 변경하면 된다는 점에서 다른 선박 탈탄소 방안보다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바이오 에너지 전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선제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바이오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톱티어 지위를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