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종량제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된다. 한 번 태운 후 묻어야 하다 보니 수도권 매립지에 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던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는 공공 소각장 신·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소각장이 대표적 님비 시설이다 보니 주민 반대에 가로막혀 신·증설 추진은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적으로는 소각장이 필요하지만, 선출직 지자체장이 표에 악영향을 미칠 소각장 설치를 밀어붙이기는 어렵다. 결국 갈등만 첨예하다가 소각장 설치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엔 산업 폐기물 소각장 66곳과 생활 폐기물 소각장 179곳이 있다. 설령 갈등이 잘 풀려 공공 소각장이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신·증설이 완료될 때까지는 이전까지 직매립되던 수도권 쓰레기가 갈 곳이 없어진다. 지금은 이미 지어진 소각장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때라는 뜻이다. 그런데 공공 소각장의 경우 작년 12월부터 지자체가 타 지역 소각장으로 생활 폐기물을 위탁 처리할 때 폐기물 처분 부담금과 함께 반입 협력금까지 지불해야 해 쓰레기 처리 단가가 높아지고, 주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타 지역 공공 소각장을 쓰지 말라는 소리와 같다.
결국 쓰레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민간 소각장이다. 다행히도 국내 민간 소각장들은 여유 처리 능력이 확보돼 있다. 전국 산업 폐기물 소각장 66곳에 하루 약 2700t의 폐기물을 처리할 여유 용량이 있다. 당장 직매립이 금지돼도 ‘쓰레기 대란’이 일어날 일은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 면적을 감안할 때 직매립 금지는 불가피하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직매립을 금지시킨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은 종량제 쓰레기를 선별·소각한 후 묻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선별은 재활용, 소각은 태우는 것을 뜻한다. 국내 쓰레기 처리의 대원칙이 ‘분리배출’ 후 ‘종량제 봉투’라는 점을 생각하면, 종량제 쓰레기를 파봉해 재활용한다는 것은 국민의 분리배출 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일이다. 돈 내고 버린 쓰레기가 어딘가로 보내져 파봉돼 재활용된다면 굳이 분리배출을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지자체가 분리배출을 최대로 해 종량제 봉투 안에 소각해야 할 쓰레기만 버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렇게 소각 전 잘 분류된 폐기물은 펠릿 등으로 만들어져 물질 재활용될 수 있다. 그다음은 ‘잘 태우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쓰레기 소각장은 단순히 쓰레기를 태우는 일만 했지만, 현재는 대부분의 소각장이 열에너지를 회수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각장이 의무적으로 열 회수를 하도록 법을 만들어 자원 순환의 끝단까지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직매립 금지로 인해 수도권 지역에서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이 하루 2468t이라고 한다. 민간 소각장을 활용하면 갈등을 양산하거나 부추길 필요 없이 직매립 금지라는 큰 환경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