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섭 환경부 장관

꽃과 신록(新綠)이 가득 어우러진 봄이다. 가볍고 따뜻한 바람, 새들의 지저귐, 봄꽃의 싱그러움. 이 멋진 봄의 향연은 지구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다. 이뿐이 아니다. 숨 쉴 공기와 마실 물, 아낌없이 주는 숲,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에 이르기까지 지구는 사계절 내내 우리에게 선물을 준다.

이토록 고마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온실가스로 점점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 지구의 온도는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섭씨 1.55도가 올라 국제사회가 정한 기후 마지노선이 처음으로 깨졌다. 극한 호우와 홍수, 극단적 가뭄과 산불,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기온이 일상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작년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9도 높은 25.6도를 기록했다. 전국에 기상 관측망이 설치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산림 지역 평균 기온이 2도 상승하면 산불 위험도가 13.5% 오른다는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생각하면 1.9도 상승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기록적인 열대야, 장마철 집중호우와 11월 대설을 겪으며 농축산 시설이 붕괴되고 양식 생물이 대량 폐사하는 등 경제적·사회적 피해도 컸다.

뜨겁게 달궈진 지구가 보내는 경고, 우리는 이것을 ‘기후 위기’라 부른다.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이 순간만큼은 지구에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 지구를 덥히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선결 과제일 것이다. 지구의 열을 내리는 데 필요한 처방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하고, 2023년부터 2042년까지 적용되는 ‘제1차 탄소 중립 녹색 성장 기본 계획’을 수립해 산업·건물·수송 등 부문별 대책을 이행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년 연속 감소했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우리가 직면한 과제가 또 하나 있다. 빈번한 이상 기후에 안전하게 일상을 영위하며 살아가는 것. ‘기후 위기 적응’이다. 정부가 올해 안에 수립할 ‘제4차 국가 기후 위기 적응 대책’은 폭염·홍수 같은 이상 기후 현상을 더 신속히 예측하고 대응하며, 특히 기후 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농·어민, 야외 근로자,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을 담을 예정이다. 기후변화로 달라진 기상 패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계획을 짜는 셈이다.

기후 위기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가 그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대응은 정부나 과학자, 전문가의 몫으로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건 바로 우리다. 우리 모두는 기후 위기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셈이다.

기후 위기가 모든 이의 과제임을 마음에 새기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행동에 옮기는 환경적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텀블러와 다회 용기를 쓰고, 재활용품을 철저히 분리 배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소소한 노력이 모이면 지구의 뜨끈한 열이 서서히 내릴 것이다. 지구가 그 열감에서 벗어날 때 뚜렷했던 사계절 모습이 돌아오고, 봄꽃이 제때 꽃봉오리를 열며, 산불로 우리 산림이 소실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나의 작은 실천이 다른 작은 실천과 만나 지구와 우리를 지킨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이 화창한 봄도 기후 위기에 떠밀려 금방 가버릴까 아쉽고 걱정이 된다. 지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조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기상이변은 지구가 내뱉은 한숨이다. 그 고통에 이제는 우리가 귀 기울이고 변해야 할 때다. 지구의 날, 이렇게 되뇌어본다. “기후야 변하지 마, 우리가 변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