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보관용 비닐/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3일 보조 배터리 화재 예방 대책으로 내놨던 ‘비닐봉지’ 사용에 대해 “종합적으로 다시 한번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닐봉지가 화재를 막는 데 도움이 안 되고, 보안 검색 요원들에게 비닐봉지 제공 업무가 내려지며 연휴 기간 출국 대란 우려만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박 장관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회 측의 지적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맹성규 국토교통위원장은 “공항 검색대에서 비닐봉지를 나눠주고 항공사 직원에게 보조배터리를 비닐에 넣어서 보여주도록 업무 지침을 만들었는데 검색대 요원이 왜 과도한 업무를 분담해야 하느냐”며 “앞서 무안공항 참사가 있었고 에어부산 화재까지 터지자 국토부가 놀라서 호들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최근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에 ‘보조배터리 및 전자담배 기내 반입 관리 지침’ 공문을 보냈다. 여기엔 보안 검색 시 배터리를 꺼내 바구니에 넣으라고 안내한 뒤, 보안 검색 요원이 필요한 승객에게 비닐봉지를 제공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공사 안팎에선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승객들이 보안 검색 때 비닐봉지에 배터리를 담더라도 검색 후 면세 공간 등으로 이동하면서 빼는 경우가 많아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닐봉지가 화재 예방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배터리 비닐봉지 대책은 정부가 지난 1월 ‘에어부산 사고’ 후 기내 화재를 막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발표한 것이다. 에어부산 사고는 ‘배터리 내부 합선’으로 시작됐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비닐봉지는 배터리 단자에 클립 같은 이물질이 끼면서 생기는 ‘외부 합선’은 막을 수 있지만 ‘내부 합선’은 막지 못한다. 또한 요즘 나오는 배터리 대부분은 애초에 외부 합선은 차단하는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외부 합선을 막기 위해 비닐봉지에 또 담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 장관은 “환경 문제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있어 종합적으로 다시 한번 따져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