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부모님들. 이제 들어들 가세요. 거리 두기가 안 되고 있습니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행된 3일 오전 7시 30분쯤 서울 마포구 숭문고등학교 정문 앞. 수능 시험장인 이곳으로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러 학부모 9명이 정문 앞에 몰리자 순찰차에 탄 경찰이 확성기로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자녀를 안고 등을 두드려주던 부모들은 못내 아쉬운 듯 자리를 옮겼다. 이날 숭문고등학교에서는 수험생 399명이 수능에 응시했다. 예년처럼 수험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주거나 팻말을 들고 수험생을 독려하기 위해 응원을 나온 이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고사장으로 향했다. 자녀가 고사장으로 들어간 뒤에도 한참 동안 학교 앞에서 좋은 성적을 기원하며 자리를 지키던 학부모들의 모습도 이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자가 격리 중인 수험생들을 위해 별도 고사장으로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선유고등학교는 정문에 걸린 수능 시험장이라는 펼침막이 없었다면 수능 시험장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썰렁한 분위기였다. 차에서 내린 수험생은 “잘 다녀오라”는 아버지 배웅을 받고 시험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정문 앞까지 아들을 배웅한 어머니는 “수능 전에 급작스럽게 자가 격리 통보를 받고 아이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걱정이 됐는데 씩씩하게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날 선유고등학교에서는 자가 격리 중인 학생 5명이 수능에 응시했다. 수험생들은 신원 확인, 발열 체크, 손 소독 등의 과정을 거친 뒤 고사장으로 입실했다.
이번 수능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시험을 치렀다. 확진자 시험장에 배치된 시험 감독관들은 바이러스 차단 기능이 있는 ‘레벨D’ 전신 방호복을 입고 나왔다. 이날 오전 2시 34분에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서울의 수험생은 약 2시간 뒤인 4시 30분 구급차로 긴급 이송돼 서울의료원에서 수능을 치렀다.
교육부는 이날 수능에 응시한 확진 수험생은 45명, 자가 격리 수험생은 456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날 전국의 모든 수험생은 마스크를 종일 착용하고 시험을 치렀다. 책상에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가림막이 설치됐다. 고3 수험생 이모(18)군은 “모의고사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실전에선 긴장감 탓인지 힘들었다”며 “책상 가림막 때문에 시험지도 편하게 넘기지 못하고 불편함이 많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