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보면 정말 맛있어 보이네요. 그런데 한국 군대 급식이 실제로도 이렇게 잘 나오나요?”

지난 6일 트위터 ‘태민이의 식판’ 계정에 한 외국인 사용자가 단 댓글이다. 이 계정은 지난달 31일 입대한 4인조 보이그룹 ‘샤이니’의 멤버 태민의 팬이 만든 것이다. 국방부에서 공개하는 육군훈련소 식단 정보를 바탕으로 매일 식판과 각각의 메뉴 사진을 포토샵으로 합성해 만든 이미지를 삼시세끼 꼬박꼬박 올린다. 이날 올라온 메뉴는 소고기 덮밥과 김치찌개, 오이무침, 배추김치. 해외 팬들이 “우리 태민이는 오이 싫어하는데 걱정이다”라는 댓글들을 연이어 달았다.

보이그룹 ‘샤이니’의 팬이 만든 ‘태민이의 식판’ 계정에 해외팬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 캡처화면

2~3년 전부터 생겨난 이런 유의 트위터 계정을 K팝 팬덤 사이에선 ‘식판 계정’이라 부른다. 응원하는 가수가 입대했을 때 팬들끼리 “우리 오빠가 부대에서 뭘 먹는지 알고 싶다”며 공유하는 신종 팬덤 문화다.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이런 식판 계정을 팔로하는 K팝 팬들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한국 군대 급식이 전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트위터엔 군 복무 중인 가수별로 이런 식판 계정이 1~2개씩 만들어져 있다. 이런 계정을 운영하는 데는 상당한 정성이 든다. 국방부가 홈페이지에 보기 좋게 식단을 올리는 게 아니라 공공 데이터 포털에 원자료만 올려두기 때문에 하나하나 검색해서 찾아야 한다. 게다가 이 표를 바탕으로 매 끼니별로 나오는 메뉴마다 음식 사진을 찾아 합성해서 그럴 듯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수고가 필요하다.

보통 훈련소 기간에만 이런 식판 계정을 운영하지만 가수의 군 복무 기간 내내 식판을 만들어 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식판 계정을 운영한 적 있는 오모(21)씨는 “국방부에서 올리는 식단표가 표준 식단표라 실제 나오는 급식과는 차이가 있다”며 “나 같은 경우는 훈련소에 가족인 척 문의해서 식단표가 실제와 맞는지 대조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정성 덕분인지 그저 식판 이미지만 올라오는 계정인데도 팔로어(follower)가 적게는 수천 명에서 많게는 2만~3만명에 이른다. 해외 팬 비율이 늘어나면서 매 끼니마다 올라오는 급식 이미지에 영어나 일본어, 포르투갈어 등으로 붙는 댓글 숫자도 늘어나고 있다. 대개 “매 끼니 올려줘서 고맙다” “친구들도 볼 수 있게 내 소셜미디어에도 공유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주류지만, 최근에는 걱정 섞인 댓글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군부대 부실 급식 문제가 폭로되면서다.

지난 두세 달 동안 일선 부대 장병들이 부실한 군대 급식 사진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폭로가 지속되면서 대통령까지 공식 사과할 정도로 문제가 커졌다. 이런 뉴스가 해외에도 알려지면서 식판 계정에 “00이가 밥은 제대로 먹는 거냐”는 식의 댓글을 다는 해외 팬들이 나타나고 있다. 한 K팝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식판 계정에 올라온 급식 이미지와 장병들이 폭로한 급식 사진을 나란히 올려두고 “어느 게 진짜 한국 군대 급식이냐”고 묻거나 한국 언론 보도를 링크해놓고 영어로 번역해 올리며 한국 국방부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 팬들도 가세했다. 몇몇 팬클럽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군대 급식 문제 해결해달라” 청원에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고, “오빠 부대 동료 장병들이 배 곯지 않게 위문 물품 보내자”고 성금을 모으는 팬클럽도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한국의 아이돌 팬덤이 예전과 달리 재난이 일어나면 기부금을 모으거나 봉사 활동에 나서는 등 사회 이슈에 행동주의적 모습을 보인 건 오래된 현상”이라며 “해외 팬덤 역시 이런 한국 팬들의 행동주의를 잘 알고 있고 모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