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비가 억수로 퍼붓던 날, ‘을지면옥’에서 마지막 냉면을 먹다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무튼, 주말>에 매주 ‘살림하는 중년남자’를 연재하는 한현우 기자에게 어머니 독자분들의 성원이 답지한다는 것입니다. 젊은 남성이 야무진 살림 솜씨를 위트 넘치는 글로 표현해내니 아들 같고 사위 같아서 대견했던 걸까요. 특히 지난 5월 28일 자에 오이지 담그기에 도전하려다 포기한 에피소드를 읽은 어머니 독자들이 오이지를 좀 담가 보내주겠노라 연락해오는 걸 사양하느라 혼이 났답니다. 저한테나 보내주시지ㅋㅋㅋ.
그러고 보니 제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수년 전 조선일보 독자를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4주간의 수업이 끝난 날 어머니 수강생들이 책거리라며 바리바리 선물을 들고 오신 겁니다. 보자기로 꼭꼭 싸맨 걸 끌러보니 집에서 담근 된장에 마늘장아찌며 찐 옥수수가 들어 있고, 또 다른 종이봉투에서는 손뜨개 한 벙어리장갑이 나왔지요. ‘숙제는 그렇게도 안 해오시더니;;^^’. 20세기 시골 학교에서나 볼 법한 풍경이라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습니다.
최근 아주 오랜만에 그런 정다운 선물을 받았습니다. 독자 정정숙 님이 <아무튼, 주말>에 외손녀가 직접 구웠다는 쿠키를 예쁜 바구니에 담아 보내주셨지요. 예전에 쓴 자신의 동시집 한 권을 곁들여서요. 책을 펼쳐보니 손녀가 그린 그림에 작은 시들이 올망졸망 실려 있습니다. 손자 위해 따뜻한 이불을 짓다 침침한 눈 때문에 바늘로 손톱 밑을 찌른 할머니 얘기도 있고, 세상 뜬 반려견 달달이가 밤하늘 샛별로 뜬 이야기도 있고요. 새벽이슬에 눈곱 떼고 세수한다는 애기나무 시를 읽다가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요.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궁리하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 10년 전 최보식 기자가 ‘Why?’에 게재했던 척추 명의(名醫) 이춘성 교수 인터뷰를 배달해드리기로 했습니다. “획기적인 시술법이란 사기!”라고 일갈하는 이 교수가 수술 안 해도 좋아질 환자를 수술대에 올리는 의학계 장삿속 실태를 비판한 내용인데요. 저를 비롯해 나이와 함께 찾아오는 허리, 다리, 무릎 통증으로 고통받는 시니어 독자들을 위해 여전히 유익한 정보라는 생각이 들어 배달하게 되었습니다. 기사를 읽고 이춘성 교수를 찾아 진료를 받은 지인이 수술이나 시술 없이도 바른 자세와 스트레칭, 간단한 운동으로 통증을 날려버렸다는 얘기에 감동해 저도 열심히 그 지침을 따르는 중입니다. 아래 QR코드와 인터넷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145743)을 통해 들어오시면 구독 창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