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유현호

규칙적인 식사 적당한 운동 다양한 정신 건강 프로그램.

남편이 오랜 기간 동안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이미 여러 곳의 요양원과 노치원(낮에 노인들을 돌봐주는 복지 기관)을 살펴본 경험이 있어 프로그램 내용은 대충 알고 있었습니다.

실버타운은 스스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노인들이 모인 곳이라 지도 강사 없는 취미 활동들도 눈에 띕니다. 탁구, 영화, 바둑, 고스톱.... 대부분의 실버타운들에는 입주 요건이 있습니다. 대개는 80세 이하의 나이 제한과 인지 능력, 신체 활동 기능 등의 기준에 맞아야만 합니다.

이곳은 나이 제한이 없었습니다. 다만 입소 전 지정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요구했습니다. 나는 합격되지 못할까 봐 마치 수험생처럼 마음을 졸이다가 합격된 기쁨으로 모든 공동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울증 예방 노래 교실, 뇌의 활성화를 위한 퀴즈, 낱말 잇기, 독서….

의무는 아니지만 일기 쓰기는 난감한 숙제입니다. 쓸 게 없으면 하루 일과를 간략하게 기록해보라고 합니다. 신문이나 책에서 몇 구절 필사하는 것도 권장됩니다. 지인 중 한 사람은 성경 필사 동호회에 참여하며 매주 한 번씩 모여 서로를 독려한다고 합니다. 내겐 그럴 만한 끈기도 신앙심도 없습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거였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공감의 기쁨도 나눌 수 있고, 모르고 있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는 즐거움,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하는 것 같은 경험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건강상 외부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나로선 항상 세상 이야기가 고팠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기나 필사 대신 나처럼 이야기가 고픈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볼까 합니다. 그게 나의 일기입니다.

※필자(가명)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 실버타운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매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