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식에 도전하고 싶지만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 태국에 여행 와서 한 번은 먹게 되는 태국 음식과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데 의외로 덜 알려진, 호불호 없고 실패가 불가능한 태국 음식 10가지를 소개한다.

그래픽=송윤혜

◇언제 어디서 주문해도 실패가 없다

팟타이는 볶음 쌀국수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쌀 수출이 급감하자 쌀 소비를 독려하려고 태국 왕실에서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카오팟은 볶음밥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뒤에 붙는 말이 달라진다. ‘꿍’은 새우, ‘무’는 돼지고기, ‘느어’는 소고기, ‘카이’는 닭고기. 예를 들어 ‘카오팟꿍’은 새우 볶음밥이다. 솜땀은 파파야 샐러드. ‘시다’는 뜻의 ‘솜’과 ‘빻다, 찧다’는 뜻의 ‘땀’이 붙은 데서 알 수 있듯, 덜 익은 초록색 파파야를 가늘게 썰어서 마른 새우·땅콩·고추·액젓 등을 더해 절구에 찧고 새콤달콤하게 무친다.

팟팍붕파이댕은 공심채 볶음이다. 공심채(팍붕)를 센불(파이댕)로 볶은(팟) 음식이란 뜻이다. 공심채(空心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빨대처럼 속이 텅 비어서 아삭한 식감이 아주 좋은데, 짭짤한 태국식 된장으로 볶아 반찬으로 그만이다. 얌운센은 가느다란 당면(운센)을 매콤새콤하게 무친(얌) 태국식 잡채다.

◇우리만 몰랐던 세계 최고의 음식

마싸만커리는 2011년 CNN이 ‘세계 최고의 음식 50’을 선정하면서 1위로 꼽았다. ‘마싸만’은 무슬림이란 뜻으로, 페르시아(옛 이란) 커리를 태국식으로 변형한 음식으로 알려졌다. 각종 향신료에 코코넛밀크를 넣고 끓여 매콤하고 강렬한 감칠맛과 고소하고 달달한 향이 풍성하면서도 화려한 조화를 이룬다.

팟카파오무쌉은 태국식 돼지고기 볶음. 절인(쌉) 돼지고기(무)를 바질(카파오)과 함께 매콤짭짤하게 볶는다(팟). 쌀밥과 환상 궁합이다. 카이다오(달걀프라이)만 얹으면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 된다. 커무양은 돼지(무) 목살(커) 구이(양)로, 주로 숯불에 구워낸다. 맥주 안주로 그만이다.

깽쯧따오후무쌉은 두부와 돼지고기가 들어간 맑은 국이다. 깽쯧은 ‘싱거운(쯧) 국물(깽)’로, 배추 등 채소로 끓여 시원하고 담백한 맛. 여기에 두부(따오후), 다진(쌉) 돼지고기(무)를 넣는 게 보편적이다. 김(쌀라이), 새우(꿍) 등 다른 재료를 취향대로 말하면 넣어준다. 다른 요리를 밥과 먹을 때 국물로 곁들이기 딱 좋다.

식사를 마쳤다면 후식으로 뻔한 과일 대신 카오니아오마무앙을 주문해 보자. 찰밥을 뜻하는 ‘카오(쌀)니아오(차진, 끈적한)’와 ‘망고(마무앙)’에 연유를 듬뿍 뿌려 한 접시에 함께 담겨 나온다. ‘쌀밥에 웬 과일?’ 하겠지만 쫄깃한 찰밥과 새콤달콤한 망고, 달콤하고 고소한 연유가 매우 조화롭다. 한국의 약식과 비슷한데 더 신선하고 가벼운 맛이랄까.

◇싫어하면 ‘마이’라고 하세요

추가 팁. 팍치(고수)는 호불호가 강렬하게 갈리는 풀. 싫어한다면 ‘마이 싸이 팍치(고수 빼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말끝에 여성 종업원이면 ‘카’, 남성이면 ‘캅’을 붙이면 정중한 표현이 된다. 팍치가 보이지 않는데 팍치 맛이 난다면? 셀러리와 비슷한 향신채 ‘큰차이’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태국 사람들의 맵부심은 한국인 못지않다. 실제 엄청 매운 태국 음식이 많다. 매운맛에 약하다면 ‘마이 펫(맵지 않게 해주세요)’이라고 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