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삼도수군통제영의 '서포루' 부근 '서피랑' 전망대에 서면 통영항과 함께 거장들에게 영감을 선사한 바다가 펼쳐진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시인 정지용이 아름다워서 도저히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한 곳, 백석이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한 곳, 소설가 박경리가 ‘김약국의 딸들’에서 “조선의 나폴리로 불렸다”고 소개한 그곳, 경남 통영이다.

걸출한 문화 예술인들이 글과 그림, 음악 등 자신만의 언어로 예찬해온 통영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지만, 그중 가장 다양한 표정을 만날 수 있는 계절은 단연 봄이다. 이맘때 남쪽으로부터 달려와 통영 앞바다에 내려앉은 봄은 차츰 육지로 번져나간다. 통영 국제 음악제(3월 28일~4월 6일)를 앞둔 이 항구도시로 차를 몰았다.

◇문화 예술 기행 1번지

“고향이란 인간사의 풍물과 산천, 삶의 모든 것의 추억이 묻혀 있는 곳이다. 30여 년간 내 문학의 지주요, 원천이었다.”(박경리 에세이집 ‘생명의 아픔’ 중)

통영 출신 박경리는 1980년부터 2008년 작고하기 전까지 강원도 원주에서 살았지만, 많은 작품 속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을 심어 두었다. 박경리뿐 아니라 통영은 음악가 윤이상,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화가 전혁림 등 근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문화 예술인들의 고향이다. 또 시인 백석에게 실연의 아픔을, 화가 이중섭에겐 영감을 준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래서 통영 앞엔 ‘예향(藝鄕)의 도시’ ‘영감(靈感)의 도시’란 수식이 붙는다. 통영의 남쪽 끄트머리 미륵도 산양읍엔 통영의 문화 예술인들과 만나는 예향 코스가 모여 있다.

'전혁림 미술관'은 건물 전체가 하나의 설치 예술 작품 같다. 건물의 방점을 찍는 3층은 전혁림의 1992년 작 '창(window)'을 재구성해 타일로 표현했다. 미술관 마당에 들어서면 거대한 작품 속에 있는 것만 같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봉숫골 벚꽃길’로 유명한 봉평동 골목 안쪽 ‘전혁림 미술관’부터 만난다. ‘색채의 마술사’ ‘바다의 화가’로 불린 전혁림이 1975년부터 30여 년간 생활하던 사택 자리에 지은 미술관. 전혁림과 아들인 전영근 화가의 작품을 타일로 만들어 장식한 미술관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그중 3층 외벽은 전혁림의 1992년 작 ‘창(Window)’을 재구성한 도자기 타일 벽화다. 덕분에 마당 안쪽에 들어서면 작품 속에 있는 것만 같다. 1층 전시실에선 코발트블루의 통영 바다가 넘실댄다. 전혁림이 천착한 통영 바다 그림이다. 대표작 ‘통영항’을 비롯해 민화에 영향을 받은 독특한 화풍이 드러난 ‘민화로부터’ ‘등잔이 있는 정물’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쪽엔 김춘수의 시를 나란히 배치한 시화 작품도 있다. 1~3층을 오가며 아버지 전혁림, 아들 전영근 부자의 작품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통영 바다에서 색에 대한 영감을 얻은 전혁림은 '색채의 화가'라고 불린다. 1~2층 전시실에선 전혁림의 대표 작품과 생전에 사용하던 미술도구 등 유품을 살펴볼 수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이어 가 볼 곳은 ‘꽃’의 시인 김춘수 유품 전시관이다. 전혁림 미술관에서 1㎞ 정도 떨어진 봉평동 바닷가에 자리한다. 옛 한려해상국립공원 동부사무소를 활용했기에 건물도, 전시도 다소 건조하고 단조로운 분위기다. 통영 출신 김춘수의 육필 원고와 함께 집필 유품, 사진 등이 기다린다. 아내와 딸에게 쓴 편지에 유독 눈길이 오래 머문다.

예향 코스에서 묵직하게 자리하는 ‘박경리 기념관’은 이달 초부터 새 단장에 들어갔다. 기념관에 따르면 올봄이 지나 6월쯤 재개관할 예정이다. 다시 미륵도 동쪽 끄트머리로 내달리면 갈매기 두 마리가 날아오르는 형상의 ‘통영 국제 음악당’에 닿는다. ‘통영 국제 음악제’가 열릴 주무대다. 자연스럽게 다시 ‘윤이상 기념관’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윤이상 기념관에 들어서기 전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이국적 외관의 ‘베를린 하우스’다. 윤이상의 독일 베를린 집을 재현해놓은 공간. 피아노와 책상, 악보, 책 등 유품을 전시하고 있다.

'윤이상 기념관'의 '베를린 하우스'는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의 베를린 집을 재현해 놓았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윤이상 기념관엔 ‘나는 고향을 떠난 지 30여 년… 꿈에도 잊지 않는 나의 고향에 아직도 갈 수가 없다’로 시작하는 친필 메모부터 옥중에서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도 볼 수 있다. 윤이상은 1957년부터 베를린에 정착해 세계적 음악가로 명성을 쌓아가다 1967년 ‘동베를린 사건’, 일명 동백림 사건에 연루돼 독일로 귀화하고 베를린에서 숨을 거둔 1995년까지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나의 고향 통영”으로 시작하는 친필 메모 회수록(回首錄)엔 통영의 정체성과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묻어난다.

'윤이상 기념관'에 있는 음악 상자. 종이 악보를 넣고 태엽을 돌리면 윤이상이 작곡한 동요와 교가 등이 오르골 음악으로 흘러나온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시 ‘그리움’ 중)로 유명한 청마 유치환의 ‘청마 문학관’은 윤이상 기념관에서 차로 5분 거리, 통영항을 지나 정량동 언덕배기에 있다. 원래 태평동의 생가를 복원하려 했으나 생가가 도시계획상 도로에 편입되면서 지금 자리에 문학관이 들어서게 됐다고. 아파트와 공업사들이 둘러싼 주변 환경이 아쉽지만 ‘통영 르네상스기’를 함께 보낸 김춘수와 윤이상에게 받은 편지부터 아내에게 쓴 편지를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충렬사’부터 ‘통제영’까지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봉안하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충렬사’엔 백석의 ‘잘못된 만남’ 이야기가 숨어 있다. 백석은 자신이 연모하던 여인(박경련)의 부모를 만나 청혼할 생각에 남쪽 끝 통영을 찾지만, 친구의 방해로 헛걸음하고 만다. 이후 망연자실 충렬사 돌계단에 앉아 통영의 풍경과 일들을 ‘통영2’란 제목의 시에 담아낸다. “내가 조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 붉게 冬柏(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가튼데 (중략) 녯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안저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閑山島(한산도)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노픈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찟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처연한 마음으로 백석이 앉아 있었을 ‘돌층계’ 부근 동백꽃이 먼저 나와 인사한다. 충렬사 강한루 앞의 동백나무는 높이 6.3m, 둘레 1m 정도로, 충렬사가 건립된 지 약 80년 후에 심은 것으로 추정한다. 꽃이 유난히 붉고 탐스럽게 피어 개화 시기에 맞춰 찾는 상춘객이 많다. 현종이 내린 충렬사 사액현판과 정조가 내린 어제기판 편액, 충무공이 명(明)으로부터 받은 팔사품 등을 전시한 유물전시관까지 둘러보고 충렬사를 나서면 백석의 ‘통영2’ 시비와 마주친다.

지난 13일 충무공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에 동백꽃이 만발했다. 충렬사는 시인 백석과도 인연이 깊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충렬사를 시작으로 명정동 일대는 도보 여행 하기 좋은 코스가 연달아 이어진다. 바로 맞은편 언덕의 서포루는 삼도수군통제영의 서쪽 포루로 일대는 서쪽에 있는 ‘비랑’(벼랑의 사투리)이라 해 ‘서피랑’으로 불린다. 반대편인 동쪽에 동포루와 동피랑이 통영의 벽화 마을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해가 슬며시 눕는 오후에 서포루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이 꽤 사랑스럽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언덕에선 쑥 캐는 노인의 뒷모습이 또 하나의 풍경이 되어주기도 한다. 서포루와 이어진 ‘서피랑99계단’에선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 속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박경리의 어록, 책 속 문장이 계단 담벼락을 따라 이어져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99계단 완보.

벽화로 장식한 '서피랑99계단'. 옆 담벼락엔 통영 출신 소설가 박경리의 어록과 책 속 문장이 동행한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오늘날 ‘통영’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삼도수군통제영’은 통영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유적이니 지나칠 수 없다. 1604년에 설치돼 1895년까지 경상·전라·충청의 삼도수군을 지휘하는 역할을 했다. 중심엔 압도적인 규모의 객사 건물 ‘세병관’이 자리한다.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함께 현존하는 조선 시대 단일 면적 목조건물로는 규모가 가장 큰 건물에 속한다. 세병관(洗兵館)이라는 이름은 당나라 두보의 시 ‘세병마(洗兵馬)’에서 따온 것으로 ‘하늘의 은하수를 가져다 피 묻은 병장기를 닦아낸다’는 뜻이다.

측면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웅장한 민흘림기둥이 원근감 있게 펼쳐진다. 어디선가 들기름 향이 나나 싶더니 ‘마루청판 보호를 위해 들기름 칠 후 자연 건조 중’이라는 안내문이 있다. 이곳 박정희 문화관광해설사는 “습기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들기름뿐 아니라 송진을 섞어 발라 자연 건조시킨다”고 설명했다. 12공방까지 둘러보고 나오면 1872년에 제작된 ‘통영지도’ 속 나무였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노거수가 배웅한다.

언덕을 내려와 길 하나를 건너면 청마 유치환이 시조 시인 이영도에게 수많은 연서를 보냈던 통영우체국에 닿는다. 유치환이 시 ‘행복’을 썼다고 알려진 곳, ‘청마거리’다. 촘촘히 이어진 골목마다 통영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인들과 조우하다 보면 한나절이 훌쩍 지난다.

◇남망산 올라 ‘통영항’, 미륵산 올라 ‘다도해’

통영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바다다. 통영항과 통영 운하를 감상하기 만만한 포인트는 ‘남망산조각공원’. 동피랑과 서피랑을 장식했던 벽화를 테마로 한 미디어 아트 전시관 ‘디피랑’도 있다. 나무 계단 몇 개만 오르면 통영항 일대가 눈에 들어온다. 동피랑 벽화 마을부터 삼도수군통제영, 서피랑까지 차례로 이어지는 전망에 요즘 동백꽃까지 더해졌다. 산책로 사이 조각과 설치 작품 감상은 덤. 산책로는 통영항과 통영운하, 바다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아치 모형의 다리 ‘강구안 브릿지’와도 연결된다.

'강구안 브릿지'에서 본 통영항 풍경. 전혁림이 그의 작품 '통영항'을 통해 표현한 '코발트블루'의 바다가 발 아래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통영케이블카를 타면 미륵산 해발 460여 m 지점 전망대에서 한려수도를 내려다볼 수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한려수도 다도해 감상은 통영 여행의 필수 코스다.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산양도로(통영 산양 일주도로) 따라 차를 달려 미륵도 산양읍 ‘당포성지’로, 편하게 전망을 감상하고 싶다면 ‘통영 케이블카’(대인 왕복 1만7000원)를 탈 일이다. 통영 케이블카는 미륵산 8분 능선의 해발 461m 지점까지 10분 만에 닿는다. 전망대에 서면 눈부신 봄바다와 함께 시인 정지용이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고 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이어진다. ‘최대 5명만 동시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 문구를 붙인 아찔한 스카이워크 체험은 선택 사항.

◇통영의 밤은 낮만큼 아름답다

통영 여행은 해가 느슨해질 때쯤 2부가 시작된다. 일몰 명소로 소문난 ‘달아전망대’로 방향을 잡고 산양도로를 달려보자. 잔물결이 찰랑대는 작은 항구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황금 시간대다. 중화항엔 지나치지 못할 풍경이 기다린다. 황금빛 햇살 아래 살랑살랑 움직이는 배, 그 사이로 보이는 섬이 그림 같다. 달아전망대는 일몰 명소 겸 일출 명소다. 하지만 가까운 나무에 풍경이 일부 가려, 탁 트인 일몰을 감상하기엔 ‘연화주차장’이나 그 아래 첼로 조형물이 있는 ‘첼로전망대’가 낫다.

해가 느슨해지는 오후의 중화항. 미항의 오묘한 색감들이 살아나는 시간이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달아전망대' 부근에 있는 '첼로전망대'에선 첼로 조형물을 이용해 색다른 일몰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해가 지고 하나둘 불이 켜질 때쯤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 통영은 화려한 풍경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삼도수군통제영과 통영항의 거북선, 통영 국제 음악당엔 은은한 불빛이 들어오고, 남망산조각공원 디피랑의 외벽은 스크린이 되어 형형색색의 미디어 파사드 쇼가 펼쳐진다. 빛의 향연이다. 한낮에 ‘야경 보러 다시 찾으리라’ 하며 지나쳤던 ‘통영 해저터널’과 강구안 브릿지의 ‘켜진 불도 다시 볼’ 일.

'강구안 브릿지'의 야경. 남망산조각공원의 조명까지 더해져 통영항의 밤을 수놓는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통영대교'가 있는 운하의 야경도 아름답다. 밤바다를 가르는 어선 한 척이 그림 같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인 '통영 해저터널'도 야경 명소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22일부터 주말 저녁에 야간 음악 도보 투어 ‘통영이 빛나는 밤에’(선착순)도, 통영 국제 음악제의 서막을 알리는 야외 음악 축제 ‘통영 프린지’도 시작된다. 예술 감성 넘쳐나는 영감의 도시를 두고 발걸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눌러앉은 이가 여럿이라고. 통영은 충분히 그럴 만한 도시다.

[ “섬마을로 붉은 동백꽃 보러 오이소~” ]

장사도해상공원의 동백 터널 전망대. 붉은 동백꽃과 푸른 바다, 고요한 섬이 눈앞에 차례로 펼쳐진다. /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반나절 장사도해상공원 여행

통영에서는 섬 여행도 인기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여러 섬 중 장사도해상공원(장사도해상공원까멜리아)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동백 터널 촬영지로 유명해진 후 통영 동백꽃 대표 명소가 됐다. 10만여 그루의 동백나무에 꽃이 만발하는 봄이 성수기. 통영항에서 남쪽으로 21.5km 떨어져 있는 장사도해상공원까지 배(입장료 1만원 포함 대인 평일 왕복 3만6000원, 주말 3만7000원)로 40~50분 걸린다.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승선하면 오가는 동안 선원이 구수하고 투박한 사투리로 창밖으로 보이는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선착장에 닿으면 중앙광장에서 시작해 장사도 분교, 섬 아기집, 동백 터널 길 등이 이어진다. 섬엔 동백나무뿐 아니라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팔색조와 풍란, 석란도 깃들여 자란다. ‘섬 집 아이’ 노래가 흘러나오는 섬 아기집을 지나, 동백 터널 부근의 전망대 너머론 동백나무 군락과 바다 건너 섬이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온실 지붕 위로 이어진 산책로 벤치에선 ‘바다 멍’ 하기 그만.

통영유람선터미널로 돌아가는 배를 타려면 2시간 이내에 둘러봐야 한다. 섬에 커피와 음료, 어묵 등을 파는 매점은 있으나 식사할 곳은 없다. 자판기도 현금만 사용 가능하니 물이라도 사 마시려면 현금 필수.

오전 10시 배에 올라 오후 1시 30분쯤 다시 육지에 닿으면 출출해질 시간이다. 통영중앙시장, 서호시장 외에도 맛집이 곳곳에 있어 식도락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통영의 봄엔 해쑥 넣은 ‘도다리쑥국’이 진리라지만, 장어로 육수를 낸 시래깃국인 ‘시락국’은 통영 사람들의 솔(soul) 푸드. 서호시장 ‘원조시락국’은 7000원 짜리 시락국 한 그릇에 셀프 바에 있는 10여 가지 반찬을 마음껏 맛볼 수 있다. 콩나물부터 시금치, 장아찌, 멸치 등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반찬이 없다. 주인은 “부추와 채 썬 고추를 듬뿍 넣고 톳장아찌를 얹어 먹으면 맛있다”고 귀띔했다. 해산물을 실컷 맛보기엔 해물짬뽕도 선택지에 넣어볼 만하다. 통문어를 넣은 문어해물짬뽕이 대세지만, ‘만 원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해물짬뽕을 부담 없이 찾는다. 서호동 ‘진짬뽕’의 해물짬뽕은 싱싱한 해물을 푸짐하게 넣어 국물이 개운하다. 통영 여행의 마침표는 언제나 ‘꿀빵’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