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은 고기만 안 먹는 줄 알았다. 요즘은 위스키도 따져봐야 한다. 색소는 뭔지, 여과는 어떻게 했는지, 향료는 뭘 썼는지. “그 술, 비건이야?”라는 질문이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위스키는 곡물, 물, 효모로 만든다. 보리든 옥수수든 발효시키고 증류하고 오크통에 넣어 숙성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이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과정’을 살피면 몇 가지가 걸린다.
먼저 여과다. 와인이나 맥주에서는 젤라틴, 물고기 부레 같은 동물성 여과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위스키는 다행히 해당 사항이 없다. 대부분 냉각 여과를 사용한다. 라프로익, 아드벡, 부나하벤, 글렌피딕, 맥캘란 같은 브랜드는 동물성 여과제 사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바니보어(Barnivore) 같은 비건 정보 사이트에서 비건 술의 목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다음은 색소. 스카치 위스키에 ‘캐러멜 색소’가 들어간 경우가 있다. 숙성에 따라 색이 들쭉날쭉해지는 걸 보정하기 위해서다. 이 색소는 대부분 설탕이나 전분 같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다. 다만 색소 공정이 투명하지 않다 보니 예민한 소비자라면 무색소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보통 ‘No Colouring’이라고 라벨에 적혀 있다.
다음은 향료와 첨가물. 위스키 중에는 꿀이 들어간 허니 위스키, 우유나 크림이 들어간 아이리시 크림 같은 제품도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비건이 아니다. 다만 이런 제품은 리큐르 쪽에 가깝고, 싱글 몰트나 버번 같은 ‘순수 위스키’에선 잘 안 쓰인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명확했지만, 애매한 구간이 있다. 바로 숙성에 사용되는 오크통의 이력이다. 셰리 오크통이나 포트 와인 통에서 숙성된 위스키가 여기에 해당한다.
셰리나 포트 와인 자체가 동물성 여과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일부 셰리 와인은 정제 과정에서 계란 흰자나 젤라틴을 사용한다. 이 와인을 담았던 통에서 다시 위스키를 숙성시킬 경우, 동물성 성분이 극미량 남아 있을 수 있다. 카발란(Kavalan)은 자사 셰리 오크 제품 중 일부가 비건에게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트 와인 오크통을 사용하는 미국의 엔젤스 엔비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비건 인증을 받은 포트 와인도 늘고 있지만, 어떤 와인이 쓰였는지 확인되지 않는 이상 단정하긴 어렵다. 이 때문에 일부 비건은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한 위스키를 피하기도 한다. 물론 이 정도는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최소한 알고 마시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지막으로 브랜드가 ‘비건 인증’을 받았는지다. 성분은 괜찮은데 인증이 없는 경우다. 비용 때문이기도 하고, 공정상 오염 우려가 있어 일부러 인증을 안 받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위스키는 대부분 비건이다. 원재료부터 여과, 색소까지 따졌을 때 큰 문제가 없다. 숙성에 사용된 셰리나 포트 오크통 제품은 예외가 될 수 있지만, 비건 기준의 해석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확실한 게 좋다면 병 라벨은 읽어보는 습관을 기르시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