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무심하시지.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었다. 우리 조상들은 논에 물을 대는 시기인 하지(夏至)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 비를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어느덧 발전을 거듭해 제사 대비 비교적 높은 확률로 비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것을 ‘인공강우’라고 부른다.

기상 항공기 ‘나라호’에 구름 씨앗을 담은 연소탄을 장착했다. /기상청

인공강우는 하늘에 ‘구름 씨앗’ 역할을 하는 물질을 뿌려 비가 내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산불 진화에는 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은 양이라도 불길을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 우리나라는 2017년 기상 항공기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인공강우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산불 진화 작업에 사용할 수 없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름 없이는 비 못 만들어

인공강우의 원리는 이렇다. 구름은 ‘구름 입자’인 수증기로 이뤄져 있다. 수증기가 모여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구름에 수증기가 뭉칠 수 있도록 구름 씨앗을 항공기로 뿌리는 기술이 인공강우의 핵심. 구름 씨앗에는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이 사용된다. 그 물질을 중심으로 주변 수증기가 달라붙으면 덩치가 커지며 비가 된다.

비가 오도록 도울 수는 있지만 없는 비를 만들 수는 없다. 인공강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상 조건이 바로 ‘비의 재료’인 구름이다. 산불 피해가 큰 경북과 경남 지역에는 산불이 번지기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건조 특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공기 중 수증기가 부족하면 구름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주불과 싸우는 동안 두 차례 내린 비의 누적 강수량이 3㎜ 미만으로 적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호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이런 경우 구름씨를 뿌려 비를 만들어도 잘해야 최대 0.5㎜”라며 “그마저 건조한 대기와 뜨거운 바람의 영향으로 지면에 닿기 전 증발한다”고 했다.

산불 진화 헬기가 상공에 여러 대 떠 있는 상황에서는 충돌 위험 때문에 항공기를 띄우기도 쉽지 않다.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원하는 장소에 비를 뿌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드론으로 구름 씨앗을 뿌리는 모습. /기상청

◇아직은 하늘이 도와야 가능

전문가들은 “이미 발생한 불길을 인공강우로 잡는 경우는 기술에 더해 하늘까지 따라줘야 하는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중국 당국은 2022년 쓰촨성 이빈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구름 씨앗을 뿌려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중국과학기술협회·중국중앙TV 등은 “구름 두께가 2㎞ 이상인 데다 상승 기류가 발생하는 영역이 있어야 (인공강우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는 산불 진화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내 인공강우 기술은 아직 실험·연구 단계다. 우리나라는 기상 항공기 ‘나라호’ 1대와 드론 등을 띄워 가뭄과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불 위험 지역에 사전에 비를 뿌려 습도를 높이겠다는 것. 인공강우 실험으로 실제 비나 눈이 온 것이 확인된 비율은 2020년 65%에서 지난해 86%까지 올랐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29년부터 산불 예방 목적 인공강우를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 구름 씨앗을 만들어도 자라게 하는 건 아직 자연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