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식생과 아름다운 연꽃에 휩싸인 섬. 새벽 물안개까지 내려앉으면 신비로운 분위기는 배가된다. 스릴러 팬이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는 생각에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게 되는 순간.
이런 분위기가 한몫한 것일까. 하이엔드 리조트를 배경으로 하는 HBO 스릴러 시리즈 ‘화이트 로투스(White Lotus)’가 하와이, 시칠리에 이어 세 번째 시즌 배경으로 코사무이를 골랐다. 덕분에 코사무이 관광은 연일 호황. 4월에는 송크란 축제까지 겹치면서 올봄 코사무이행을 택한 관광객이 지난해 동기 대비 65% 증가했다(블룸버그). 드라마에 등장한 리조트들은 ‘화이트 로투스 성지’라는 팻말을 내걸고 드라마를 테마로 한 여러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연꽃 특수를 누리고 있다.
태국 남부 사람들이 즐긴다는 새 노래 경연 대회 ‘후아녹(Hua Nok)’을 모티프로 삼은 바에는 드라마 속 인물에게서 영감받은 칵테일이 있다. 블랙핑크 리사가 연기한 ‘무크(Mook)’는 크랜베리 주스와 라임으로 맛을 낸 뒤, 토치로 구운 매운 고추를 얹고 칠리 오일로 마무리한 테킬라 칵테일로 표현됐다. 잔에 입을 대자 코로는 고추의 매콤한 향, 입으로는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 밀려왔다. 맵고 단맛의 평화로운 조화. 무크나 리사를 실제로 만난다면 이런 기분이 들까?
오렌지빛 아침 햇살을 머금은 호수 정원의 정자에는 공예 수업이 마련돼 있다. 리조트 설계의 대가 빌 벤슬리(Bill Bensley)의 손을 탄 아난타라 보풋 코사무이 리조트 정원에서 온몸으로 녹음을 느꼈다. 태국 사람들은 연꽃 봉오리의 잎을 하나하나 펼쳐 아름다운 모양으로 접은 다음 사찰에 가져가 스님에게 건네며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마음이 아름다울수록 결과물도 아름답다고. 잎을 접을 때마다 마음속에 일렁이던 파도가 잔잔해졌다.
부드러운 연꽃 잎에 견과류, 건새우, 작은 과일, 고추 등 재료로 쌈을 만들어 먹는 ‘미앙 캄(Miang Kham)’은 드라마 열풍을 타고 주목받는 태국 전통 에피타이저다. 이름은 ‘한입거리 잎쌈’이라는 뜻. 상큼한 향이 있는 베텔후추잎(betel leaf)이나 열대과일 탈링플링(talingpling)을 곁들이면 입안에 레몬보다 새콤한 맛이 퍼지면서 군침이 돈다.
‘화이트 로투스’는 휴가차 고급 리조트를 방문한 부유한 이들이 서로 감춰진 마음을 드러내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이야기다. 일종의 세태 풍자물. 리조트에 오면 비슷한 일을 겪게 될까 봐 걱정하는 사람은 없을까. 리조트에서 만난 이가 반문했다. “그래도 한번쯤 화려한 자리에 앉아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