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조모(34)씨는 점심, 저녁 시간마다 “식사 겸 반주하러 가자”는 상사 탓에 곤혹스러울 때가 적지 않다. 조씨는 “회사 차원에서 코로나 감염을 막자고 구내식당에 칸막이를 해놓고 회식도 자제하라는데, 여전히 회사 밖 식당에 같이 가자는 상사들이 적지 않다”며 “상사의 제안을 매번 거절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완화돼 수도권 지역 내 프랜차이즈형 커피 전문점, 제과·제빵점 매장 안에서도 음료와 음식 섭취가 가능해진 14일 오전 서울 중구 스타벅스 한국프레스센터점을 찾은 시민이 매장을 이용하고 있다. 2020.09.14./뉴시스

6일 방역 당국은 외식이나 카페 이용이 코로나 감염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날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식당에서 식사나 음료를 마시는 등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가 어려운 경우 코로나 감염 위험이 2.4~3.9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강 차관이 말한 연구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달 11일 ‘질병 발병률·사망률 주간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미국 내 병원 11곳이 연구한 결과 외식을 한 사람은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 감염 확률이 현저히 높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교회 예배나 대중교통 이용보다 외식하는 게 코로나 감염 위험이 더 컸다”고 지적했다.

◇미 CDC “밀폐된 곳서 공기 감염 가능”

미국 CDC는 5일(현지 시각)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서 제한적·이례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이미 수차례 “밀집·밀접·밀폐된 ‘3밀’ 환경에선 비말(침방울)이 공기 중에 떠다니며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CDC는 이날 이같이 개정된 코로나 전염 방식에 대한 지침을 공개하며 “노래나 운동 등 강한 호흡을 유발하는 활동이 있고, 환기가 잘 안 되는 폐쇄된 공간에서 (공기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 CDC는 지난달 코로나 공기 전염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사흘 만에 “실수였다”며 이를 삭제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CDC는 “확정되지 않은 권고문 초안이 실수로 홈페이지에 게시됐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선 “코로나를 경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 외식 수칙

◇피할 수 없는 외식이라면 수칙 지켜야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외식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한다”면서 “그래도 외식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미 CDC와 국내 방역 당국의 지적대로 환기가 잘 안 되거나 손님이 몰리는 식당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수도권 교회 등에서 주로 발생한 집단감염도 대부분 예배 후 단체로 식사를 하거나 밀폐된 공간에서 예배나 찬송을 한 것이 원인이었다.

전문가들은 우선 “통유리 등으로 밀폐됐거나 손님이 많이 몰리는 식당은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환기가 잘되는 창가 쪽에 앉도록 하고, 창문을 열어두고 식사를 하면 코로나 감염 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

다른 일행과는 2m 이상 떨어져 앉고, 같은 일행끼리도 마주 앉지 말고 지그재그로 앉아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수저를 집기 전엔 손을 깨끗이 씻거나 세정제로 손 소독을 먼저 해야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음식 먹을 때 빼고는 마스크 써야"

식사를 할 때에는 대화는 자제하고 가능한 한 빨리 식사를 마치는 게 바람직하다. 미 CDC는 ‘밀접 접촉’의 기준으로 확진자와 15분 넘게 대면했거나 같은 공간에 2시간 이상 머무른 경우로 보고 있다. 15분 내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그만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사 중에 불가피하게 기침이 나오면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려야 한다. 찌개나 반찬, 요리 등을 덜어 먹을 때에는 개인 수저를 쓰지 말고 공용 수저로 덜어서 먹어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식사를 끝낸 뒤에는 곧장 마스크를 쓰고 가능한 한 빨리 식당을 나서는 게 좋다. 커피나 차를 마실 때에도 카페에 머물기보다 가능한 한 테이크 아웃을 하고 탁 트인 야외에서 대화를 나누면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식당뿐 아니라 카페에서도 대화를 자제하고, 커피나 차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 주문을 대기하거나 이동할 때도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