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600명 안팎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3차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인공호흡기를 쓰거나 산소 공급을 받아야 하는 코로나 위중·중증 환자가 8일 0시 기준 134명으로 늘어났다. 수도권 교회와 도심 집회를 중심으로 번진 2차 유행 막바지인 지난 9월 23일(139명) 이후 76일 만에 가장 많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서울과 경기에선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집에서 기다리는 환자들이 생겨났다. 지난 2~3월 신천지 교회발 1차 유행 당시와 같은 대규모 병상 부족 사태가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감염 전파 우려가 있는 코로나 확진자가 이웃에서 그대로 생활하게 됐다는 국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은 중환자 병상 62개 가운데 6개가 남아 있다. 경기도도 49개 가운데 4개만 쓸 수 있는 상황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8일 “(병상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고 했다.
◇서울 확진 65% 병상 배정 못 받아
7일 나온 서울의 신규 확진자 214명 가운데 65%인 140명이 병상을 배정받지 못한 채 집에서 대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모두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다. 현재 서울의 생활치료센터는 8곳으로 1597명이 입원할 수 있고, 이 중 157병상이 비어 있다. 엿새 연속 2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서울의 감염 확산세가 줄지 않을 경우 남아 있는 생활치료센터 병상이 하루 이틀 안에 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틀 이상 병상을 기다리는 환자도 12명이라고 서울시는 밝혔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가족이 집단으로 확진되는 등 사정으로 가족이 함께 치료받을 수 있는 가족실이 비는 대로 들어가려고 하는 경우”라고 했다. 서울의 격리 치료 환자는 8일 0시 기준 3530명이다.
경기도는 7일 확진자 157명 가운데 10명 중 9명인 139명(89%)이 병상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사흘 이상 병상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컨테이너, 체육관 병상도 검토”
서울시는 현재 확산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대비해 컨테이너 병상과 체육관 병상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10일까지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컨테이너식 이동병상 48개(컨테이너당 3명 입원 가능)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음 주 안으로 은평구 서북병원에도 42개(컨테이너당 2명 입원 가능)를 설치하기로 했다.
박유미 국장은 “환자가 폭증할 경우 체육관이나 전시관 등에 병상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생활치료센터 6곳도 이번 주 안으로 문을 열기로 했다.
7일 하루 14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경기도는 지난 3일부터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일시적으로 집에 대기해야 하는 환자들을 위한 ‘홈케어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방역 당국은 이처럼 일시적으로 병상이 없어 대기하는 경우가 아니라, 대규모 병상 부족 상태를 대비해 자택 치료를 받는 시스템도 검토하고 있다. 곽진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지난달 28일 “젊고 증상이 없거나 경증인 사람들, 보호자와 함께 자가 치료를 받는 소아에 대해 자가 치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 예방의학 교수는 “이웃 간 전파 차단에 대한 충분한 대비 없이 자가 치료를 도입하고 집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늘어나면 전염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부산 환자 90명 다른 지역서 치료
병상 부족 문제는 수도권 이외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하루 20~30명이 확진되는 부산은 90명의 환자가 이미 대구와 경남 창원, 서울 등 다른 지역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6일부터 8일 오후 7시까지 114명의 확진자가 나온 울산도 8일 오후 환자 30명을 대구와 경남 사천으로 이송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지난 7일 기준 코로나 위중·중증 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43개고, 이 가운데 수도권 병상은 12개”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 대유행 가능성에도 제때 병상을 확보하지 못한 방역 당국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8일 페이스북에 “코로나19 유행이 11개월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중환자 치료 병상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걸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