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유럽 일부 국가가 일시적인 접종 중단 조치를 내렸다. 이 백신을 맞은 사람 중 일부에서 혈전(血栓·혈관 속의 핏덩이)이 만들어졌다는 보고가 나와 약 10국이 예방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백신 접종을 멈춘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현재(12일 0시 기준)까지 국내에서 54만여명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지만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는 혈전 색전증 등 유사한 이상 반응은 한 건도 없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유럽 언론에 따르면 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는 전면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접종을 일시 중단했고, 이탈리아·오스트리아·루마니아·룩셈부르크·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특정 제조 번호를 가진 배치(batch·동일한 공정으로 만들어져 균질성을 가지는 의약품의 일정 분량)에 대해 접종을 일시 멈췄다. 예컨대 루마니아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중 ‘ABV2856’이라는 제조 번호를 가진 4200회분에 대해 일시적인 접종 중단 조치를 취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특정 제조 번호(ABV5300)의 백신 접종을 일시 중단했다. 이 제조 번호의 백신을 맞은 사람 중 49세 여성이 심각한 혈액 응고 장애로 숨지고, 35세 여성이 폐색전증에 걸렸다가 회복된 직후 취해진 조치다.
그러나 일부 유럽국 우려와 달리, 유럽의약품청(EMA)은 성명을 내고 “백신이 혈전을 일으켰다는 증거는 없으며, 관련 사례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다”고 밝혔다. EMA는 EU에서 이 백신을 맞은 약 500만명 중 혈전 발생 사례가 30명 보고됐으며, 이는 자연적인 발생 빈도보다 높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국·프랑스·스페인·스웨덴 등은 백신에 문제가 없다며 계속 접종하겠다는 입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혈전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며 이 백신을 사용 중단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우리 방역 당국은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특정 일련번호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엔 수입된 바 없다”며 “앞으로 국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국내에 유사한 상황이 인지되면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