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잠정 중단하면서 국내서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까지 AZ 백신과 혈전(핏덩이) 등과의 인과성은 확인된 바 없다”며 “고령층과 기저 질환자도 코로나 감염 위험을 감안하면 접종을 하는 게 더 이득”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 불안에 지금처럼 소극적·수동적으로 대처하면 백신 불안과 접종 거부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지역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이 16일 중단된 가운데 백신접종 안전문제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아스트라가 혈전 원인? “아직까지 인과성 확인 안돼”

AZ 백신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임상 시험 중 참가자에게 용량 절반을 접종하는 등 착오가 나와 미 식품의약국(FDA)이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았고 별도 임상이 진행 중이다. 이어 임상 시험 참가자 중 65세 이상이 적어 독일과 프랑스 등에선 65세 이상에 대한 접종을 보류했다. 이번엔 유럽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접종 후 혈전이 생기는 부작용 등이 우려된다고 나선 것이다.

아워월드인데이터 등에 따르면 AZ 백신 접종을 시작하거나 앞둔 국가는 총 76국이다. 이 중 이 백신의 특정 제조 단위나 전체 물량을 일시적으로 접종 중단한 나라는 21국에 달한다.

대다수 전문가는 “AZ 백신을 가장 많이 맞은 영국 사례를 보면 이 백신의 안전성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한다.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영국 내 AZ 백신 접종자는 970만명, 화이자 접종자는 1070만명이다. 접종 후 사망 사례는 각각 275명(10만명당 2.84명)과 227명(10만명당 2.12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MHRA는 “접종 후 사망자 대부분은 노인이나 기저 질환자로 접종이 사망에 영향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했다.

현재 유럽에서 문제가 되는 혈전과 관련된 폐 색전증이나 심부 정맥 혈전증도 영국 내 AZ 백신 접종자 중엔 13건, 화이자 접종자 중에선 15건이 신고됐다. MHRA는 “혈전이 백신 때문이라는 근거는 현재 없으며 백신 접종 후 보고된 혈전 관련 사례는 자연 발생 비율보다 낮다”고 했다.

영국에서도 우리나라처럼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병원을 찾을 정도로 독감과 유사한 고열과 근육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이상 반응이 신고된다. 영국 보건 당국은 “증상별로 접종자 10명 중 1명꼴로 이상 반응이 있다”며 화이자 접종자도 비슷한 비율로 이상 반응이 보고된다는 입장이다.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 백신 접종 중단한 유럽 국가

◇한국 이상반응 많다? 영국과 독일보다 신고율 2배 높아

우리나라는 이날까지 57만5289명이 AZ 백신을 맞았고 접종 후 사망 사례는 16건 나왔다. 10만명당 2.78명으로 영국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우리나라의 AZ 백신 이상 반응 신고 비율은 접종자 중 1.5%로 영국(0.56%)이나 독일(0.76%), 덴마크(0.28%)보다 2~5배쯤 높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이상 반응은 젊은 층에서 강한데, 국내선 20~30대 의료진들이 먼저 맞으면서 신고율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Z 백신은 3상 임상에선 이상 반응 발생 비율이 성인은 39.2%, 고령자는 24.6%였다. 화이자 백신은 참가자의 20.8%가 이상 반응을 보였다. 질병청이 백신 접종자 1만8000여 명을 표본 조사한 결과에선 접종자의 32.8%가 이상 반응을 겪었다고 했다. 임상 시험과 뚜렷한 차이는 없는 셈이다.

◇안전 문제 없나...접종 의료진 “이상반응 예상보다 강해”

그러나 일부 현장 의료진 사이에선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의 강도가 생각보다 크고, 빈도 역시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상 반응을 “정상적인 면역 반응”이라고 보는 태도는 안이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지금처럼 이상 반응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대국민 소통과 설득이 부족하면 백신 불안이 더 퍼질 수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이상 반응 실태에 대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조사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