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멕시코에 취업했다가 코로나에 걸려 사경을 헤매던 50대 확진자를 ‘하늘 위 응급실’ 에어 앰뷸런스가 구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 몬터레이 자동차 부품 제조사에 취업해 출국했던 오수길(59)씨의 이야기다.

오씨는 코로나 확산에도 한국보다 월급을 2배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멕시코행을 택했다. 노후에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오씨의 ‘멕시코 드림’은 출국 3주 만에 코로나 확진 판정으로 물거품이 됐다. 확진 후 한 달쯤부턴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에 의존할 정도로 악화됐다. 현지 의료진은 “폐 이식을 받지 않으면 가망이 없는데, 멕시코에선 수술이 어렵다”며 시한부 선고를 했다.

오씨를 위해 여러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씨를 멕시코에서 고용한 이승훈(45) 주영 대표는 방법을 수소문하다 ‘에어 앰뷸런스’를 찾아냈다. 에어 앰뷸런스는 구급차처럼 위급 환자를 비행기에 태워 이송하는 서비스다. 하지만 비용이 2억원에 달했다. 이 대표가 선뜻 비용을 내놨다. 에어 앰뷸런스 운영사인 플라잉닥터스도 일정을 조정해 열흘쯤 오씨 상태가 안정되길 기다려줬다.

오씨는 작년 12월 7일 에크모를 부착한 채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일본을 거쳐 24시간 비행 끝에 귀국했다. 당시는 코로나 3차 유행으로 국내도 병실이 부족했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이 중환자실을 내줬다. 1월 중순엔 폐 기증자를 찾아 이식 수술도 마쳤다. 오씨는 “쓰러진 나를 위해 회사 대표와 가족, 에어 앰뷸런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힘을 보탰다는 걸 알고 놀랐다”며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남은 생을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