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생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수출 제한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6일 밝혔다.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그동안 ‘수출 제한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유진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도입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내 생산 AZ백신의 수출 금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조기에 백신을 적절하게 도입하기 위해 가능한 대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엔 “수출 제한 조치는 다른 백신을 국내 공급받을 때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며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경북 안동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위탁 생산된 AZ백신은 국제 백신 공급 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개발도상국 등에 공급된다. 수출 제한이 이뤄질 경우 이들 나라의 백신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 앞서 인도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한 AZ 백신의 수출을 제한해 코백스 참여 국가들의 백신 조달 일정에 차질이 생긴 바 있다.

정부의 수출 제한 검토는 ‘AZ 백신 2차 접종분을 비축하지 않고 당겨 쓰는 방식으로 1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과 연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차 접종자가 12주가 지나도 백신 물량이 없어 2차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애초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면서 극약 처방까지 검토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1·2분기 AZ 백신을 맞았거나 맞을 예정인 사람은 약 849만명인데 현재 2분기 도입이 확정된 AZ 백신은 450만6000명분(901만2000회분)뿐이다. 2차 접종분을 당겨 쓸 경우 2분기 내 1차 접종은 모두 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의 2차 접종까지 모두 끝내기 위해선 398만4000명분(796만8000회분)이 추가 도입되어야 한다. 정부는 3분기 국내 도입될 AZ 개별 계약 물량(571만명분)이 추가로 남아있기 때문에 접종 계획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 세계 각국이 백신 수급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제때 AZ 백신이 국내 도입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 사이에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수출 제한은 AZ사(社)와의 계약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며 “다른 백신 제조사와의 신뢰 관계도 모두 깨져 백신 수급에 더욱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인도는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씩 나오는 위급한 상황이어서 그나마 비판을 덜 받은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수출 제한 조치를 실시하면 국제사회에서 엄청난 후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