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는 백신 접종 우선순위와 집단 면역의 목표 시기, 접종 계획에 따라 여러 백신을 안배해 필요한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며 “(정부가 올해 11월로 밝힌) 집단 면역도 앞당기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이날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지난 주말(24일) 화이자 측과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 계약한 결과, 총 99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면서 “11월 집단 면역도 차질 없이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집단 면역 시기를 11월 이전으로 단 하루라도 더 당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전체 인구(5183만명)의 1.9배 수준이다. 홍 직무대행은 “(예방 접종을 한 사람을 대상으로)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출입국할 때 자가 격리 의무 면제를 포함한 방역 조치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도 했다.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정부는 국내외 백신 수급 문제와 관련해 비판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은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이 필요한데도 국제 정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자국 사정이 급해지자 연합도 국제 공조도 모두 뒷전이 되어 국경 봉쇄와 백신 수급 통제, 사재기 등으로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국내 수급 문제와 관련해선 “지금 단계에서 백신 문제를 지나치게 정치화해 백신 수급과 접종에 막연한 불안감을 부추기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했다. 홍 직무대행도 “일각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백신 가뭄’ 등을 지적하며 국민께 과도한 불안감을 초래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 추가 확보 이전까지 나온 백신 수급 불안에 대한 전문가와 야당 등의 비판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지역별 예방접종센터에선 화이자 백신 물량 부족으로 75세 이상 고령층 접종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또 국제 백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은 공급이 한때 수급 불안으로 지연됐다가, 일부 물량만 다시 당겨 공급되기도 했다.
정부의 ’11월 집단 면역' 목표를 이루려면, 상반기엔 1차 접종자 1200만명, 2차 접종자 380만명이 달성돼야 하고, 하반기엔 9월까지 1차 접종자 총 3600만명, 11월까지 2차 접종자 총 3600만명을 달성해야 한다. 홍 직무대행은 “5월 말까지 하루 최대 150만명 이상 접종이 가능한 접종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했다.
관건은 AZ 백신 등 일부 백신에 대한 국민 불안감을 줄이는 데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6일부터 AZ 백신 접종이 시작된 경찰·소방 공무원 등 사회 필수 인력의 백신 접종 동의·예약률은 58%에 그쳤다. 다음 달부터는 70~74세 고령층부터 AZ 백신 접종도 시작된다. 정부는 3분기부터는 일반 성인들이 접종에 적극 동참하도록 ‘접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백신 선택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백신은 본인 건강을 위해 접종하는 것인데, 아무리 적은 비율이라도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 전체의 집단 면역을 위해 개인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2분기까지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빠르게 백신 접종을 완료하되, 하반기부터 백신 공급이 충분해지면 ‘백신 선택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