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기피 심리로 ‘접종 노쇼(No Show)’ 현상이 발생하면서 보건소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운만 좋으면 현재 접종 대상이 아닌데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는 얘기다.
30일 서울 내 의료기관 관계자들 말을 종합해보면 AZ 백신을 맞겠다고 예약해 놓고 나오지 않는 대상자가 하루 전체 접종 대상 인원의 10~15%까지 늘었다. 전에는 4~5%가량이었는데 갈수록 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백신이 한번 개봉하면 6시간 내에 접종을 마쳐야 한다는 점. 남았다고 보관할 순 없고 폐기해야 한다.
AZ 백신은 1바이알(병)당 10명, 화이자는 6~7명을 접종할 수 있다. AZ 백신은 7명 이상 접종자가 있을 때 병을 개봉했는데 ‘노쇼'가 발생하면 난감해진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지난 3월부터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예비 명단을 마련해 폐기 물량을 최대한 줄이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각 의료기관에서 ‘노쇼'로 남게 된 물량을 기관 종사자나 예비 명단 등록자에게 맞히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노쇼’가 늘자 백신을 폐기하느니 접종을 받으러 올 수 있는 사람에게 맞히는 일이 많아졌다.
원래는 예비 명단에도 정부가 세운 접종 우선순위를 적용한다. 보건소에선 ①보건소 1차 대응요원 중 미접종자 ②보건소 지원 인력 중 미접종자 ③우선 접종 대상자(특수교육교사, 보육교사 등) 중 당일 방문 가능한 사람 ④당일 보건소 방문 가능한 환자나 공무원·일반인 순이다. 다른 접종 기관도 비슷하다. 그런데 이런 순서대로 하고도 맞힐 사람이 없으면 환자 가족이나 병원 외래 환자, 예비 명단 등록자에게 접종 기회가 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백신을 맞으려면 의료기관에 예비 명단으로 이름을 올려야 한다. 여러 군데 올려도 된다. 다만 접종기관에서 “지금 급히 맞으러 올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바로 갈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집이나 직장과 가까운 의료기관에 등록하는 게 좋은 이유다. 온라인으로는 예약이 안 되고 본인이 접종기관을 찾아 전화를 걸어 명단에 등록하거나 접종 장소에 가서 기다려야 한다. 집·직장 근처에 접종기관이 어디 있는지 찾으려면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 홈페이지에서 ‘전화 예약 가능한 의료기관 찾기’ 코너를 이용한다.
예비 명단에 등록된 뒤 ‘접종받으러 오라’고 연락을 받으면 신분증을 챙겨 의료기관을 방문하면 된다. 1차 접종 후에는 의료기관에서 2차 접종일을 자동으로 입력해서 알려 준다.
화이자 백신은 지역별 접종센터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센터 근무자나 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예비 명단이 마련돼 있어 고령층이 아니면 예비 접종을 기대하기 어렵다. AZ 백신은 30세 미만을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이 연령대는 등록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