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상황이 단숨에 4차 대유행 문턱에 들어선 것은 방학과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에서 젊은 층 감염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한 선제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익명 검사를 확대하라”고 했다. 김부겸 총리도 “수도권 20~30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며 “20~30대는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가까운 선별 검사소에서 진단 검사를 받아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 대상 접종 공백에 더해 방역 긴장감도 떨어진 상태라 조만간 하루 확진자가 1500~2000명대에 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확진자 중 45%가 20~30대
최근 1주일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는 636.3명으로 전 주보다 171.4명(36.9%)이나 늘었다. 수도권에서 확산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산발적 감염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확진자 1212명이 나온 지난 6일, 전체 확진자 중 20대가 27.72%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가 18.65%, 30대 17.66%, 50대 16.01% 순이었다.
전파 경로도 젊은 층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 감염된 경우가 많았다. 방역 당국은 “지난 1~3차 유행은 종교 시설이나 요양 시설 등 대규모 집단 발생이 중심이었던 반면, 최근 2주간 감염 경로는 확진자와 개별 접촉으로 감염된 비율이 46.3%로 집단 발생(19.4%)보다 많다”고 했다.
젊은 층 확진자가 급증하는 원인으로 우선 낮은 접종률이 꼽힌다. 예방접종이 80% 넘게 진행된 60대 이상과 달리 20대와 40대, 50대 접종률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30대는 20% 정도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20~30대 등 젊은 층이 맞을 수 있는 화이자 백신 등을 정부가 충분히 공급받지 못해 접종 공백이 생겼고, 이를 틈타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라며 “지난 6월 중순에 백신 인센티브 등 장밋빛 청사진만 보여줄 게 아니라 20~30대는 7월 중순이나 말까지 맞을 백신이 없다는 걸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한다”고 했다.
젊은 층에선 무증상 감염자가 많아 전파를 차단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20~30대는 백신 접종률이 낮아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많기 때문에 굳이 코로나 검사를 받거나 스스로 격리를 할 유인이 없어 확산세를 키웠다”고 했다.
◇“하루 2000명까지 치솟을 수도”
50대 접종은 이달 26일 시작되며, 40대 이하는 8월 말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백신을 맞을 수 있다. 접종 공백이 길어지면 하루 2000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지금이 코로나 4차 유행 초입 단계이며 8월 초까지 현재 수준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매일 1000명대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작년 말 3차 대유행 시기와 비교하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3차 유행 초입이었던 12월 초에는 하루 500~600명대 확진자가 나왔으나 이후 빠르게 늘어 12월 24일에는 1240명까지 두 배 넘게 늘었다. 이번엔 1000명대에서 시작했다는 점에서 2000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보다 확진자가 많아질 것은 자명하고 1500~2000명까지도 갈 수 있다”며 “확진자가 대부분 20~30대라 중환자실은 당분간 부족하진 않겠지만 생활치료센터는 곧 모자라 새로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했다. 현재 중환자와 중등증 환자 병상은 각각 전체 병상의 74%, 62%가 남아있지만, 생활치료센터는 40%만 남은 상태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엔 7월 말부터 중증 병상 부족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면서 “3차 유행을 거치면서 민간 병원들까지 나서 병상을 최대한 확보해두긴 했지만, 확진자가 그 이상 늘어난다고 추가로 병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가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