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기준 1275명의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8일 오전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는 8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수도권 거리 두기 격상 가능성과 관련해 “주말까지 지켜보고 일요일(11일) 열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격상 여부가) 논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발언은 이날 오후 당장 뒤집어졌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오후 늦게 “9일 오전 중대본 회의에서 수도권 단계 조정에 대해 논의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론에 알려온 것이다.

정부 방침이 달라진 것은 수도권 상황이 비상 사태로 치닫고 있어서다. 특히 변이 바이러스가 그렇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국내 감염 확진자 중 수도권 내 변이 검출률은 39.3%로 직전 주(6월 20~26일·28.5%)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수도권 확진자 5명 중 2명은 변이 감염자란 의미다. 델타(인도) 변이 검출률은 같은 기간 4.5%에서 12.7%가 돼 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K방역' 자화자찬이 대유행 단초로

4차 대유행 파고는 정부 스스로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지속적 방역 완화 메시지로 방역 의식이 풀어졌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에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라디오 방송에서 “코로나 때문에 경제적 고통을 받는 분이 워낙 많고, 국민도 너무 오랫동안 방역 수칙을 지키다 보니 피로감이 있다”고 했다.

변이에 화들짝, 한산해진 홍대거리 - 정부가 수도권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을 고려하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홍대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증상·경증이 많은 젊은층 확진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영향으로 판단된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날 오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와 완전히 다른 말을 했다. 정 청장은 “방역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방역 당국자로서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부의) 거리 두기 완화 신호가 사람들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증가가 지금의 유행 급증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완화 조치가 방역 해이감으로 이어져 4차 대유행의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방역 실패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정 청장은 중대본이 ‘7월부터 방역 조치 완화’ 지침을 지난달 20일 발표하자 나흘 뒤인 24일 “2차 접종률은 아직 10% 미만이고 코로나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거리 두기 완화 등으로 위험 요인이 상존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1일엔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사람 간 접촉이 많아져 유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서울만 격상하면 ‘풍선 효과’ 자명

전문가들은 수도권 지역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할 경우 서울만 격상하지 말고 인천·경기 지역과 함께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수도권 확진자는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뚜렷하다. 최근 1주일(7월 1~7일) 사이 서울의 하루 평균 확진자는 387명으로 새 4단계 기준(389명 이상)에 이미 임박했다. 그러나 경기는 273명으로 3단계(265명 이상), 인천은 31명으로 2단계(30명 이상) 수준으로 차이가 큰 편이다. 이근화 한양대 의대교수는 이에 대해 “서울만 거리 두기 단계 상향을 할 경우 수원·인천 인근 지역에서 술 모임이 느는 등 ‘풍선 효과’가 단시간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만 모일 수 있게 하는 새 거리 두기 4단계는 너무 가혹하기 때문에 “3단계와 4단계 사이 3.5단계를 만들든, 새 거리 두기를 5단계 정도로 재개편하자”는 절충론도 나온다. “절충 없이 4단계를 강행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의견도 있다.

백신 접종과 관련해 고령층 ’166만명'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60~74세 이상 백신 접종 대상자는 872만9582명인데, 실제 접종 동의·예약자는 706만9199명이다. 약 166만명 고령층은 백신 미접종 상태인 것이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부의 방역 정책 첫째가 고령자, 건강 취약자 보호인 만큼 희망 고령층에겐 접종 기회를 빨리 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