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상급종합병원은 몰려드는 30~50대 청장년층 코로나 위급 환자로 비상이다. 작년 연말 3차 대유행 땐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가 많았는데 이젠 비교적 건강하던 청장년층 환자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잦은 기침 등 코로나 의심 증상으로 지난 6일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초반 박모씨도 이 병원 환자다. 확진을 받은 뒤 이튿날 곧장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산소 호흡기를 착용한 채 상급종합병원까지 이송됐다. 기저 질환도 없었던 박씨는 지금 급성신부전까지 겹쳐 투석까지 받는 처지다.

12일 서울 구로구 한 인력 시장에 몰려든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서울시 자원봉사자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흡연 금지 안내판을 들고 있다. 침 뱉지 않기라는 안내판도 있었다. /연합뉴스

감염력이 센 ‘델타(인도발) 변이’가 주도하는 코로나 ‘4차 대유행’ 시국에서 청장년층 환자들 중증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본지가 질병관리청 ‘코로나 중증 환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30~50대 확진자가 전체 확진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월 13일 14.4%에서 석 달 만인 12일엔 60.2%로 폭증했다.

◇중년층 확진 주의보

코로나 4차 대유행 상황에서 요주의 연령대가 기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청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본지 분석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전체 중증 환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월 13일 85.01%에서 이달 12일 37.9%로 낮아진 반면, 50대(11.88→36.56%), 40대(1.88→14.25%), 30대(0.63→9.41%) 등 청장년층에선 급격히 솟구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 유행에 직격탄을 맞는 연령대가 고령층에서 청장년층으로 옮아가는 원인은 결국 ‘백신 공급 차질에 따른 낮은 접종률’이다. 초기 백신 공급이 넉넉지 못해 아직 청장년층엔 미접종자가 많은 상황이라, 주요 코로나 감염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더구나 30~50대는 여전히 활발한 직장 생활을 하는 등 외부 활동이 왕성한 계층이고, 7~8월 여름휴가철 등에 이동량도 많아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와 만났을 가능성이 높다. ‘감염 시너지’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30~50대와 60대 이상 위중증 환자 비율

이근화 한양대의대 교수는 “델타 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체내 바이러스양이 1000배 이상 많을 정도로 감염력이 세고 입원 위험도 높인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백신 1차 접종도 받지 않아 방어력이 없는 청장년층이 감염될 경우, 병세가 더 빨리 악화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도 “델타 변이가 전체 유행을 주도하게 되면, 시간 차를 두고 중증과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중증이 적다고 알려진 젊은 층에서도 사망자가 많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현장 의료진은 “지금 현재 400명에 가까운 중증 환자로도 의료 여력은 포화 상태에 가까운데, 중·장년 중증 환자가 더 솟으면 의료 역량을 초과하는 대란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12일 0시 현재 비수도권 지자체 운영 생활치료센터 가운데 경북이 병상 가동률 90.4%, 울산 86.7% 등 병상이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청장년 위험한데 예약률은 50%대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서 18~49세 연령층 접종 예약률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점이다. 당국은 지난 9일부터 18∼49세 연령층을 대상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을 ‘10부제’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그 결과, 지난 사흘간 예약률이 56.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주민등록번호 생년월일 끝자리가 9, 0, 1인 18∼49세 480만8287명 중 271만2180명이 예약을 완료했다.

밤에도 불 밝힌 선별검사소 - 12일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문 광장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한 의료진이 검체 채취를 하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2000명 안팎 쏟아지는 가운데 진단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몰려들면서 의료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50대 사전 예약률이 84%를 기록한 것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지난 11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10명 중 7명(73.9%)이 백신 접종 의향을 나타낸 것에 비해 낮은 예약률을 보인 셈이다. 이에 그간 접종률을 낙관했던 당국도 접종률 제고를 위해 팔 걷고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8~49세) 예약률이 생각보다 낮아 우려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장년층 위중증 환자 증가 상황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는 젊은 층에서 무증상·경증이 대부분이었는데,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젊은 층도 갑자기 증상이 나빠진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며 “청장년층은 이제 코로나 안전 연령대가 아닌 만큼 조기 진단과 더불어 항체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처방하는 등 방역 대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