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 참석해 발언에 앞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를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5일 자정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정부가 20일 밝혔다. 올해 들어서만 14번째 거리 두기 연장이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영업 종료 시간은 현재 오후 10시에서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겨지며, 이후에는 포장과 배달만 할 수 있다. 대신 오후 6시 이후 2명까지인 사적 모임 인원은 백신 접종 완료자 2명이 포함될 경우 4명까지 가능해진다.

비수도권 중 4단계가 적용 중인 부산·대전·제주 지역과 오는 29일까지 4단계 적용을 선언한 경남 창원시·김해시, 충북 충주시도 23일부터 식당·카페 영업 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다.

자료=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학기 개학이 시작되고 전 국민의 백신 접종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앞으로 2주간의 방역 관리가 4차 유행 극복의 갈림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편의점에도 식당·카페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해 4단계에서는 오후 9시, 3단계에서는 오후 10시 이후 취식을 금지했다. 식당·카페·편의점의 야외 테이블 이용도 제한된다.

정부는 이날 “10월 초 전 국민의 50% 이상이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며, 9월 말이나 10월 초쯤 중증·치명률 관리 중심의 ‘위드 코로나’(코로나와 살아가기) 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전문가 의견을 들으며 안을 만들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때까지는 현재의 거리두기 방역 외에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재난지원금 준다고 영업단축 감수하라는 거냐”

정부가 20일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의 식당·카페 등에 대해 영업시간 단축 조치를 내리자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에선 지난달 12일부터 8주간 4단계 방역 조치가 이어졌는데도 확진자 규모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19일에도 신규 확진자가 2052명 발생해 역대 세 번째로 2000명대를 넘어섰다. 4차 대유행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형국이다.

20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 한 점포에 ‘자영업·소상공인만 죽이는 K방역. 우리도 살아야 한다!’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날 정부는 수도권 4단계, 비수도권 3단계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음 달 5일까지 2주 더 연장하기로 했다. 수도권 등 4단계 지역에서는 식당과 카페의 영업 종료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극한의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장련성 기자

◇불만 폭발한 자영업자들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하는 일이 마치 탈레반 같다” “이런 독재가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더 이상 자영업자를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했다. 영업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대신 백신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해 4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한 정부 결정은 “꼼수”라고도 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 대표는 “현재 2차 접종 완료자는 대부분 60~70대인데 장사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전체 국민 중 접종 완료자 비율은 21.6%(약 1110만명)인데 활동성이 높은 20~50대 국민들은 대부분 빠져 있다. 화이자 접종 완료자 531만명 중 75세 이상 일반 국민은 294만명. 나머지는 30세 미만 군인(41만명), 노인시설 입소자 및 종사자(21만명) 등 특수 직군 종사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역시 접종 완료자 460만명 중 211만명이 60~74세 일반 국민이고, 나머지는 요양병원·시설 입소 종사자(56만명), 의료기관 종사자(59만명), 경찰 등 사회필수인력(14만명)이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짧고 굵게 끝내자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소상공인들은 길고 굵게 영업 제한을 겪으며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전국 자영업자들의 불만 전화가 폭주했다”고 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연합회장은 “확진자 수가 하루 3000~4000명이 되면 아예 오후 6시부터 장사하지 말라고 할까봐 벌써부터 두렵다”고 말했다.

일부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재난지원금을 주니 영업 단축으로 인한 손해는 감수하라는 것이냐”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는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17일부터 5차 재난지원금을 40만~20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정부가 제대로 손실 보상을 해줄 수 없으니 그냥 지원금으로 퉁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2500명이면 의료 체계 감당 못 한다”

4차 유행 이전 150명 수준이던 중증 환자는 최근 385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사망자 역시 유행 시작 전엔 일주일에 10명 남짓이었으나 최근 일주일(13~19일)은 53명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 소재 종합병원들을 대상으로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 765개를 추가 확보했지만, 추가 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확진자가 늘어도 중증 환자, 사망자는 크게 늘지 않아 병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하루 2500명 이상 환자가 지속 발생하면 현 의료 체계로 대응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최근 해외에서 람다 변이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입국 시 자가 격리 면제가 되지 않는 ‘변이 유행국’ 명단에 일본·터키 등 13국을 추가했다. 미국은 최근 델타 변이가 휩쓸고 있으나 “최근 한 달간 입국자 중 확진자 비율이 0.3%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한편 19일 마감된 18~49세 국민 ‘10부제’ 접종 예약은 예약률 61.3%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67.9%로 가장 높았고, 20대 60.6%, 30대 54.1% 수준이었다. 접종 대상자가 적은 18~19세 예약률은 60.1%를 기록했다. 당국은 “18~49세는 기존 우선 접종 대상군에 속해 접종받은 경우가 많아 이를 고려하면 실제 참여율은 7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8~49세는 26일부터 1차 접종이 시작되는데 다음 주(26~29일) 접종 백신은 지역과 상관없이 화이자 백신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