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 ‘7000명 쇼크’는 끝이 아니다. 이대로 가면 1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최소 한 달은 멈추자”는 것이다. 한 달간은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서 강력한 거리 두기 처방을 통해 무너진 방역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1~2주 뒤엔 의료 붕괴가 심각해져 손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면서 “위드 코로나를 멈출 경우 예상되는 각계각층 사회·경제적 피해가 안타깝긴 하지만 지금은 생명을 구할 때”라고 했다.

중환자 병상 모니터링 - 8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코로나 종합상황실에서 의료진이 병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7000명대를 돌파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강력한 거리 두기를 통해 무너진 방역 체계를 빨리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련성 기자

①거리 두기 비상계획이 필요

본지가 8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긴급 종합하니, 우선 ‘초강수 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다음 주엔 확진자가 1만~2만명으로 치솟아도 놀랍지 않은 상태”라며 “최소 한 달간은 비상계획을 발동해야 확산세가 꺾일 수 있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3일 사적 모임 규모를 수도권 6인, 비수도권 8인까지로 일부 강화했지만, 이 정도는 역부족이란 것이다. 수도권 4단계 거리 두기 조치로도 지난 7월 500~600명 수준이었던 하루 확진자가 10월 1000~2000명으로 2배 이상이 됐다. 빠른 증가 속도만 겨우 누른 정도다. 현재 확진자 증폭을 진정시키려면 기존 4단계 거리 두기 강도 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피해 업종에 충분한 지원책을 약속하면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일부 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의 부활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②가능한 의료 자원에 대해 동원령

의료 현장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빨리 마련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국립병원 전체를 코로나 전담 병원으로 운영하거나 체육관 등에 간이 중환자실을 만들라” “퇴직한 의료진, 공보의, 군의관 등을 확보하라”(천은미 교수), “우선 국립의료원을 코로나 중환자와 준중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전면 전환하고 국방부와 협의해 이동형 감염병 치료 전문병원을 통해 100병상 이상 만들어라”(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 등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정부는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방역 상황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구호’가 아니라 시급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재택치료 확대 방향성은 맞더라도, 대상은 정교하게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령층은 재택치료 시 상태가 급격히 악화할 수 있으니 50대 이하는 재택치료로, 60세 이상 고령층은 가능하면 의료진이 직접 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③백신 불안감 풀기 위한 설명회

60세 이상 고령층 부스터샷(3차 접종) 접종 비율은 현재 22.1%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 2월부터 소아·청소년에게도 ‘방역 패스’를 적용한다는 방침이 “사실상 접종 강요”란 불만을 사고 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앞서 접종받은 고3에 대한 데이터가 거의 완성되고 있으니, 고1~2학년과 비교하는 식으로 객관적 데이터를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며 “정부가 투명하게 접종의 이익과 손해에 대해 공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방접종전문위 전문가 심의나 권고 등과 같은 정식 절차를 받아 소아·청소년 ‘방역패스’를 적용토록 하자”(김우주 교수)는 의견도 나왔다. 당국이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설명회 개최 등으로 소통을 강화하란 목소리도 나온다.

④치료제 대량 확보하고 긴급 승인

‘백신 공급 비상’ 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엔 ‘치료제 확보’에 사활을 걸라는 주문도 나왔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백신 확보전에서의 경험을 이번에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치료제를 충분하게,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의대 교수는 “이미 확보한 머크사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치료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경구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충분히 더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⑤연말 모임 취소하고 마스크 벗지 말자

오미크론을 이번 위기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보고 대비하란 전문가 조언도 이어졌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보건연구소(AHRI)는 7일(현지 시각) 화이자 백신의 2차례 접종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에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될 경우, 2019년 처음 나온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때보다 중화항체(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가 40분의 1로 감소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이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는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나오기 때문에 마스크를 제대로 쓰라는 지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연말 회식을 취소하고,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며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적은 국민의 ‘안전 불감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