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정부가 추가 발표한 사적 모임·영업 시간 제한에 대해 “방역 조치를 다시 강화하게 돼 국민께 송구스럽다”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에서 위중증 증가를 억제하지 못했고 병상 확보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번에도 박경미 대변인을 통해서였다. 지난달 29일 “(위드 코로나) 후퇴는 없다”고 밝힌 지 17일 만이다.
대통령은 사과했지만 코로나 사태는 여전히 악화 일로다. 이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 유행이 악화하는 경우, 이달 중 (하루에) 약 1만명, 내년 1월 중 최대 2만명까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정 청장은 “의료 및 방역 대응 여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며 “(지난 14일) 확진자 수가 7828명을 기록하는 등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른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특히 수도권 하루 평균 확진자는 4700명대로 감당 가능한 확진자 수인 3600명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분석은 사적 모임 규모와 영업 시간 제한 등 방역 고삐를 조여도 앞으로 한두 달은 현재 하루 7000~8000명 발생하는 확진자 규모가 언제든 더 폭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런 전망이 언제든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질병청은 최근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에게 제출한 확진자 수리 모형 예측에서 1월 말까지 확진자 최대 2만명을 예상하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이동량 증가, 겨울철 계절 요인,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으로 언제든지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때가 12월 10일 기준이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만 해도 ‘연말까지 최대 5000~6500명대’를 내다봤지만 이달 초 이미 빗나갔다. 지난 3일에도 ‘거리 두기 완화’를 전제로 연말 최대 8000~9000명을 점쳤지만 이 역시 틀렸다. 정부는 확진자 하루 8000명대를 앞두고 이날 거리 두기 강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최대 1만명’으로 연말 예측치를 늘려 잡았다. 지금 거리 두기를 강화해도 이달 중 확진자 1만명이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과거 전망이 번번이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더구나 방역 전문가들은 정부 예상을 다소 느슨하다고 보고 있는 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 방역특별보좌관인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지난달 말 “감염 확산 속도를 조절하는 데 실패하면 내년 상반기엔 하루 2만명 이상, 최악에는 8만~10만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미접종자와 돌파 감염, 델타 변이와 새로운 변이 등을 고려하면 결국 국내 코로나 감염 예상 인구는 786만~973만명까지 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정 교수는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생겼고, 방역 당국이 소아나 청소년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여러 변수를 감안해 장기 예측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내년 1월 오미크론 변이가 주종으로 자리 잡는다면 2월엔 3만~5만명도 갈 수 있다”고 했다.
현재 주간 감염병재생산지수(확진자 한 명이 주변 몇 명까지 감염시키는지 따지는 지표)는 수도권(1.20)보다 비수도권(1.31)이 높다. 코로나가 무차별로 확산하는 추세다. 한 달 전 하루 30만~40만건 안팎이던 코로나 검사 건수도 지난 이틀간 61만명으로 최대 2배가 됐고 검사한 사람 중 확진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설명하는 양성률은 11월 첫 주 1.54%에서 이번 주 2.95%까지 뛰었다. 검사받는 사람도 많고 확진자가 나오는 비율도 높다는 의미다.
중증 환자는 계속 늘고 있다. 정은경 청장은 “중증 환자는 유행이 지속하면 12월 1600~1800명, 악화하면 1800~1900명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15일 0시 기준 전국 중증 환자는 989명으로 1000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의료 여력을 훌쩍 뛰어넘었는데 코로나 확산이 더 심각해지면 내년 1월 말까지 병상 포화도가 2배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 하루 이상 병상 대기자도 첫 800명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정부가 사적 모임 인원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4명으로, 카페·식당·학원 등 영업시간은 오후 9~10시로 제한키로 했지만 병상 적체는 현재 확진자 규모로도 감당이 힘들다.
지난주(5~11일) 병상 대기 중 사망자는 17명에 달했다. 지난 11월 셋째 주 3명, 넷째 주 10명, 12월 첫 주 13명 등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요양병원과 응급실에서 다른 병원이나 중환자실로 옮기길 기다리다 사망한 경우들은 포함도 안 된 수치다.
이처럼 병상이 모자란 건 정부가 병상 확보 예측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중증화율을 1.6% 정도로 가정해 병상을 확보했지만, 현재 코로나 환자 가운데 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2.0~2.5%에 달한다.
주로 60~74세가 맞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에서 3~4개월 후 면역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을 추적 조사 등으로 예측하지 못한 탓도 크다. 방역 당국은 이날 “지난 10월 중순부터 돌파감염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11월 말에는 한 달 전 대비 돌파감염률이 약 2.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재 60세 이상 중증 환자의 54%가 2차 접종 후 돌파감염에 해당한다. 또 현재 250만명에 달하는 18세 이상 성인 미접종자도 코로나 확진과 병상 포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접종자 중증화율은 4%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면서 지난 한 달간 미접종자 가운데 60만명이 1차 접종을 마쳤지만, 더 속도 낼 여지가 많다는 분석이다. 방역 당국은 이날 방역패스 2차 접종 후 6개월 유효 기간을 두는 조치를 당초 일정보다 2주 늦춰 내년 1월 3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교육부는 이날 겨울 방학을 전후한 오는 20일부터 초·중·고교 전면 등교를 해제하고 교실 밀집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거리 두기 강화에 대해 자영업자들은 대규모 시위를 예고하면서 이틀째 반발하고 있고, 상당수 학부모는 ‘청소년 방역패스’가 학습권을 침해한다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