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워킹맘 서모(40)씨는 얼마 전 약국에서 성인·어린이 해열제, 기침·콧물약, 종합감기약, 몸살감기용 탕 등 10여 가지 약품을 한꺼번에 사놓았다. 요즘 ‘코로나 상비약’으로 불리며 판매가 늘고 있는 약품들이다. 서씨는 “오미크론 확산 뉴스를 보니 조만간 우리 가족도 감염되는 게 아닐까 불안해졌다”며 “혹시 몰라 약을 많이 사둔 것”이라고 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전국 GS25편의점에서도 지난달 26일~2월 2일 진통해열제 판매량이 전월 동기 대비 38.2%, 종합감기약은 118.8% 증가했다.
인터넷에서도 자가진단키트와 더불어 ‘코로나 상비약’에 대한 문의와 글이 쏟아지고 있다. 동네 약국에서 산 ‘코로나 상비약’ 사진과 약품 목록을 공유하는 게시물도 넘친다. 전업주부 정모(39)씨는 “재택치료 받은 확진자 얘기를 들으니 보건소에서 재택치료키트 오는 데만 3일 넘게 걸린다더라”며 “앞으론 재택치료자가 더 많아질 텐데 보건소 연락 올 때까지 손 놓고 있을 순 없어서 식구별로 필요한 약을 미리 다 사두려 한다”고 했다.
‘코로나 상비약’으로 통하는 약품은 시중에서 파는 해열제나 종합감기약이 대부분이다. 보건소에서 보내주는 재택치료키트에도 손소독제, 살균 스프레이, 산소포화도 측정기 등과 함께 진통제, 종합감기약이 들어 있다. 다른 약은 따로 없다. 서울 강남 한 약국 약사는 “코로나 상비약 문의가 얼마 전부터 폭발적으로 늘었다”면서 “정부가 어떤 약을 사면 좋은지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을 감기처럼 생각하고 의료진 처방 전에 임의로 감기약이나 지사제 등을 복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발열 등 가벼운 증상이라면 해열제를 복용하며 견뎌내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고 정확한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