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를 ‘계절 독감’처럼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방역 완화 가능성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당국은 4일 “확진자가 증가하더라도 위중증·치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의료 체계 여력이 충분하다면, 계절 독감과 유사한 일상적 방역·의료 체계로의 전환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위드 오미크론’으로의 전환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오미크론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신규 확진자는 지난 1일 처음으로 2만명을 돌파했으며 이날은 밤 11시 현재 이미 3만명을 넘겼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오미크론 유행이 막 시작한 시점에서 정부가 ‘독감처럼 관리하겠다’고 얘기하면 국민의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방역에 해만 끼칠 것”이라며 “지금은 이전보다 더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키고 마스크 착용 등 거리 두기를 해야 할 때”라고 했다.
정부도 오미크론의 심각성을 의식해 ‘사적 모임은 6명까지, 식당·카페 등의 영업은 오후 9시까지’ 허용하는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오는 20일까지 2주 연장하기로 했다. 방역패스 적용이 해제된 시설의 방역 조치도 오는 7일부터 강화한다. 학원, 독서실·스터디카페 등에선 2㎡당 1명씩 앉거나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해야 한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면적이 3000㎡인 대규모 점포에선 판촉 행위와 이벤트성 소공연, 매장 내 취식이 금지된다.
그러나 이처럼 거리 두기를 연장하고 일부 방역 조치는 강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계절 독감과 유사한 관리 체계로의 전환을 검토해 일상으로의 복귀를 꾀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언젠간 코로나도 독감처럼 일상으로 받아들이고 함께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러려면 최소 두 달은 지금의 오미크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부터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또다른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확진자가 다량으로 폭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 준비도 없이 막연하게 말만 던지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특히 잘못된 신호를 줘 지난해 연말 중환자 병상 대란을 일으켰던 ‘위드 코로나’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우주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중증도가 델타 변이의 5분의 1 정도로 낮다고 하더라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 중증환자 수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 의료 체계가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은 확진자 급증에 따라 늘어날 자가 격리자, 재택 치료자 등을 어떻게 제대로 관리할지 대책부터 내놓을 때인데,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정부가 국민 눈치를 보면서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