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6만685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한 4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경남에서는 이날 오전 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1만1670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2022.3.4/뉴스1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6만명을 넘어서면서 또 한 번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날, 정부가 방역 조치를 추가 완화했다.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정치 방역’이란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질병관리청은 4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26만6771명 나왔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186명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역대 최대로 이틀 만에 2배가 됐다. 재택치료 환자는 92만5662명까지 늘어났다. 100만명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확진자를 비롯한 각종 방역 지표는 정부 당초 예상을 계속 뛰어넘으며 악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날 ‘사적 모임은 6명, 식당·카페 등 영업은 오후 10시까지’인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영업은 오후 11시까지’로 완화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오후 11시 영업시간’은 5일부터 적용하며 일단 오는 20일까지다.

최근 주요국 주간 코로나 사망자 증가율

지난달 18일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완화하면서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안내했다. 단서는 “그 이전에 유행이 감소세로 전환되면 완화할 수 있고, 위기가 지속된다면 강화할 수도 있다”였다. 더불어 ‘대선 때 자영업자 민심을 의식한 완화 조치’란 시선을 고려한 듯 “다음번 거리 두기 조정은 대선(3월 9일)이 끝나고 난 뒤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정부는 이날 두 가지 공언(公言)을 모두 식언(食言)으로 만들었다. 지난달 18일 10만명대이던 일 신규 확진자는 이날 26만명까지 늘었다. “위기가 지속된다면 (거리 두기) 강화”에 해당한다. 그런데 완화했다. 거꾸로 간 셈이다. 일본과 대만, 영국 등 앞서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확진자 폭증을 겪은 다른 나라들이 추세가 정점(頂點)에 이를 때까지는 거리 두기 완화를 자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다. 대선이 끝나고 난 뒤 하겠다는 부분도 지키지 않았다. 일부 방역 전문가들이 ‘정치 방역’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질병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조사 결과, 영업시간을 완화하더라도 (확진자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10% 이내”라면서 “그 정도라면 지금 의료 대응 체계로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 현장 불안감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한 주간 사망자 증가율은 59.4%(아워월드인데이터)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국 중 인구가 1000만명 미만인 뉴질랜드, 네덜란드, 슬로바키아를 제외하면 1위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방역 지침을 거듭 완화하니 확진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중환자 규모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유행 정점은 더 빨라지고 확진자 규모 역시 10% 이상 커질 것”이라고 했다.

다시 고쳐 쓴 식당 안내문 -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일부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4일 부산 남구의 한 식당에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5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 이용 시설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연장되며 사적 모임 인원은 6명으로 유지된다. /김동환 기자

중증 환자는 797명으로 전날 766명보다 31명 증가했다. 아직 지난해 12월 델타 변이 대유행 당시 1000명대에는 다다르지 않고 있지만, 확진자 폭증에 따라 이달 중순~말 사이 1700~2750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중환자 병상 절반 이상(50.7%), 중등증 병상 45.3%가 가동 중인데 순식간에 포화 상태로 접어들 수 있는 구조다. 정부가 이날 “병상 효율화”를 위해 준중증·중등증 병상에서 치료받던 환자들 중 입원 10일이 지났고 산소 치료를 하지 않는 경증 환자 731명에 대해 “일반 병상으로 이동하라”고 권고한 것도 이 같은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란 해석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사망자 상당수가 입원도 못 하고 자택이나 구급차, 길거리에서 숨지고 있다”고 했다. 다른 질환으로 병원에 입원했다가 입원하고 난 뒤에야 코로나에 감염된 걸 알게 돼 (코로나) 준중증 병상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실제론 코로나 병상을 차지하는데 통계로는 일반 준중증 병상으로 잡힌다. 김 교수는 “그러니 정부는 맨날 ‘(코로나용) 병상이 있다’ 하고 우린 병실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라고 했다. 이형민 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장엔 코로나 중환자가 들어갈 수 있는 병실만 많다”고 했다. “처음부터 폐렴 등 중증으로 발전한 델타와 달리 오미크론은 초기 증상이 가벼운데, 대개 다른 병이 있는 상태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럴 경우 의료기관에 가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 현장에는 경증 코로나 환자가 입원할 병실이 없고, 열이 난다는 이유로 입원 자체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금 병원에서는 음압격리실이 없어서 119 구급차를 세워 놓고 그 안에서 심폐소생술을 해요. 소아나 문제 있는 환자는 사망할 수밖에 없고, 그마저도 99%는 거절할 수밖에 없어요.”

정통령 방대본 총괄조정팀장은 “거리 두기를 완화하지 않는 것에 비해서 약간 리스크가 커지는 건 사실”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도 같이 여러 가지 위생 수칙 준수나 불필요한 어떤 사회적 모임을 줄이는 부분들을 협조해 주시면 이 고비를 쉽게 넘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국민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난달 말 하루 최대 확진자 35만명을 정점이라고 예상(정은경 질병청장)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정점에 이르기도 전에) 미리 방역 빗장을 풀어버리면 작년 11월 ‘위드 코로나’ 때처럼 병상 수 부족 등으로 의료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