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10시 현재 코로나 확진자가 45만명을 넘어 처음으로 40만명대에 진입했다. 이날 자정 기준으로는 전날보다 10만명 이상 폭증해 50만명 안팎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그동안 잇따라 거리 두기 완화 신호를 보낸 것과 함께, 14일부터 동네 병원 등의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으면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곧바로 확진자로 분류하면서 감염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확진자 폭증 사태는 그동안 정부, 감염병 전문가 등이 내놓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4일 “이번 주 중반인 16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32만명 이상 발생하고 다음 주 중반인 23일 전후에 확진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방대본은 확진자 유행의 정점을 오는 16~22일로 전망하면서 주간 평균 확진자가 31만6000~37만20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 예측이 나온 지 불과 하루 뒤에 확진자 규모가 50만명에 육박한 것이다.
정부는 15일에도 오미크론 유행의 정점은 일주일 안에 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새로운 변이의 등장, 완화된 거리 두기, 대선과 집회, 백신의 효과 감소 등 여러 변수로 인해 정점 시기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유행 규모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오미크론 방역의 핵심인 중환자 관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중환자 폭증 그리고 고령층을 비롯한 고위험군의 사망자 폭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미크론 정점, 1~2주 밀릴 수도”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100만명당 주간 평균 확진자(14일 기준)는 4만5977명으로, 미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 유행 정점 때 기록한 확진자 수를 크게 웃돈다.<그래프> 이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방역 당국도 아직은 정점이 아니며, 오는 22일 이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행의 정점은 이번 주,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1주 내외에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식이다. 확진자 한 명이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보여주는 감염 재생산지수는 2월 4주 1.46에서 3월 1주 1.30, 3월 2주 1.29로 2주째 감소 중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여러 변수 때문에 정점 시기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표적인 변수는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이 30% 더 빠른 것으로 알려진 ‘스텔스 오미크론(BA.2)’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감소 국면에 있다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유행 정점이) 1~2주 정도 더 밀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14일 스텔스 오미크론의 국내 감염 검출률은 26.3%로, 전주 22.9% 대비 3.4%포인트 증가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정책과 대통령 선거, 대규모 집회도 유행의 변수로 꼽힌다. 게다가 3차 접종을 일찍 마친 60대 이상 고령층은 백신의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은 “백신 접종 후 시간이 흐르면서 고령층의 면역 효과도 줄어드는 등 유행의 정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많은 변수 중 긍정적인 방향을 가리키는 건 (바이러스의 활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따뜻한 날씨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루 사망자 293명 ‘역대 최다’
정점을 향해 치솟는 확진자 수에 위중증 환자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1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로 사망한 사람은 293명으로, 역대 최다치다. 델타 변이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하루 최다 사망자는 109명(12월 23일)이었다. 이날 집계된 위중증 환자는 1196명으로, 전날(1158명)에 이어 연일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지난 8일(1007명) 처음 1000명대가 된 이후 8일 연속 네 자릿수다.
통상적으로 위중증 환자는 확진자 증가로부터 2~3주 시차를 두고 증가하기 때문에 정점을 지난 후에도 중환자와 사망자는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위중증 환자가 현재 2배 수준인 2000명대로 급증할 3월 말에서 4월 초를 주시하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건 확진자 숫자가 너무 커지면서 생긴 착시 현상”이라며 “정부는 거리 두기 완화 등의 영향으로 최근 2주간 3000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걸 직시하고 국민에게 ‘위기 상황’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연일 늘어나는 사망자와 중환자에도 정부는 코로나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 수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15일 “최근 4주간 치명률은 0.1%보다는 낮게 나오고 있어서 단기 치명률은 현재 계절 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계절 독감의 치명률은 0.05~0.1% 수준이다.
정부는 거리 두기 조정에 대한 의견 수렴에도 들어갔다. 오는 20일까지 적용되는 현행 거리 두기에서는 사적 모임은 최대 6인까지,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다. 방역 당국은 지난 4일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하면서 “2주 뒤에는 본격적인 완화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16일부터는 재택 치료를 진행하는 집중관리군의 범위도 60세 이상 또는 면역 저하자로 축소된다. 50대 기저 질환자는 재택 치료 시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더 이상 2회 건강 모니터링을 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