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여성 A씨는 약 1년 전 코로나에 확진된 후 두어 달 지난 다음부터 심한 두통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에 시달렸다. A씨는 병원에서 혈액 검사와 뇌 CT 검사를 했지만 이상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 내과와 신경과가 협진해 치료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 몸 상태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 누적 코로나 확진자가 1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다양한 형태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롱 코비드’로 불리는 코로나 후유증은 현재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확진 후 최소 2개월 이상 지속되는 증상들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확진된 뒤 4주 후에 보이는 증상을 ‘롱 코비드’라고 부르고 있다.
코로나 후유증에 관한 연구 결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네이처지엔 15만 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감염 후 1년 데이터를 분석해 감염되면 추후 심부전 위험이 72%, 심장마비 위험이 63%, 뇌졸중 위험이 5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미국의사협회(AMA)는 “코로나 후유증은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로나 그 자체와 같다”는 글을 전국 의사에게 소개했고, 지난 7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 오메가’에는 “코로나 감염이 남성의 생식 관련 단백질 수치를 변화시켜 성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롱 코비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보건연구원은 확진자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확진 후 3개월 및 6개월째에 후유증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결과는 올해 하반기 발표된다. 일선 병원의 대응은 이보다 발빠르다. 서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경기 명지병원, 부산 온종합병원 등이 여러 진료과가 협진하는 형태의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개설했다.
지난달 3일 ‘코로나 회복 클리닉’을 연 서울 하나이비인후과병원에 따르면 내원자 289명 중 온라인 문진 제출자 62명을 분석한 결과, 41명(66%)이 3가지 이상의 복합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이 겪은 증상은 기침·가래를 비롯해 흉통·인후통 등 통증, 피로감과 미각·후각 장애, 소화 장애와 수면 장애, 어지럼증과 부정맥, 위염 등이었다. 표본 62명 중 정밀 검사 결과 진단명이 ‘상세 불명’인 경우도 53명(85%)이나 됐다.
이영미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로나 회복 클리닉 과장은 “활동적인 20~30대가 후유증으로 더 힘들어한다”며 “어르신들은 덜 힘들어하는 것 같지만 증상은 더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히 비만이나 흡연·당뇨 등 기저 질환을 가진 이들의 경우 후유증이 장기간 강하게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선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영미 과장은 “(격리 해제된 이후) 일상 활동 및 운동을 이전보다 60~70% 강도로 시작해 몸이 힘들지 않은 선에서 활동량을 천천히 증가시켜야 한다”고 했다. 박희열 명지병원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 교수는 “감기를 앓고 나도 증상이 심했던 경우 ‘감염 후 기침’이라는 게 지속되는데, 코로나도 이처럼 앓고 나면 기관지가 예민해진 상태로 바뀌어 인후통이나 흉통이 있을 수 있다”며 “이런 증상이 2~3개월씩 갈 수도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은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무리되지 않는 선에서 일상에 복귀하고 심폐 기능이 떨어진 경우 호흡 재활 운동을 지속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호흡곤란이나 흉통은 심리적 불안감이 이유인 경우도 있어 정확한 진단만으로도 많이 호전된다”며 “다른 환자들의 경험담도 많이 공유하면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