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원숭이두창에 대해 40대 이하가 감염에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숭이두창이 천연두(사람두창)와 비슷한 특성을 보여 기존 천연두 백신에 원숭이두창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는데, 국내에선 1979년생(만 43세)부터 천연두 백신을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첫 확진자도 독일에서 귀국한 ‘30대’ 내국인이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천연두 백신은 원숭이두창에도 85% 예방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 상태다. 천연두와 증상이 비슷하긴 하지만 수두 백신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1978년까지 천연두 백신 일반 접종이 이뤄졌고, WHO(세계보건기구)가 1980년 ‘천연두 박멸’을 선언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유럽 원숭이두창 확진자 통계를 봐도 주로 20~40대가 감염자인데, 접촉 경로 등 다른 요인과 함께 이들이 천연두 백신 미접종자라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천연두 백신을 맞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천연두 백신은 총 3회 접종이 권고사항이었는데 개인마다 접종 횟수가 각각 다른 데다, 마지막 접종 이후 40년 이상이 흐른 만큼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중식 가천대 감염내과 교수는 “접종 후 40년 이상 흘러 원숭이두창에 충분한 효과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보건 당국도 “천연두 백신 접종자들이 어느 정도 면역력이 있을 수 있지만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일단 천연두 백신이라도 접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내에는 천연두 백신(2세대) 3502만명분이 있다. 하지만 이 백신은 접종 시 주사기가 아닌 ‘분지침’이라는 특수 바늘로 팔을 15회 찔러야 하는 등 접종 방식이 까다롭다. 접종 중 감염 위험과 접종 후 부작용 우려도 있어 대규모 접종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부는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로 퍼졌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질병관리청은 “비말 등이 감염 경로가 넓은 코로나19와 달리 (원숭이두창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경우가 아니면 전파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