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8)군은 지난 2019년 10월 ‘필라델피아 양성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을 진단받고 항암 치료를 받았다. 2020년 3월 형제로부터 조혈모세포 이식(이른바 ‘골수이식’)을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아 퇴원했지만, 2년여 만인 지난 4월 질환이 재발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정군 의료진은 고심 끝에 지난해 국내에 도입된 ‘카티(CAR-T) 치료법’을 시행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5월 10일 정군의 혈액에서 면역세포 T세포를 추출, 환자 맞춤형 치료제로 배양해 6월 14일 정군에게 투여했다. 정군의 상태는 빠르게 좋아졌고, 이후 시행된 골수검사에서 완치 판정을 받았다. 7월 1일 퇴원한 정군은 7일 정기 혈액검진에서도 ‘완전관해’(암세포가 있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 판정을 받았다.
정군이 받은 ‘카티 치료’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면역세포를 이용해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치료법이다. 환자의 면역세포 T세포를 냉동시킨 뒤 환자 맞춤형으로 배양해 다시 환자의 몸속에 집어넣으면,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정확히 찾아 암세포만 공격하도록 만들어졌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소아혈액종양센터는 최근 카티 치료제의 대표적인 약인 ‘킴리아(Kymriah)’를 특히 치료가 어려운 소아 백혈병을 앓고 있던 정군에게 투약해 성과를 얻었다.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발생하지만, 특히 소아 발병이 많아 15세 미만 소아 백혈병의 75%를 차지한다.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까지 받은 후에도 재발하는 사례가 있다. 그런데 미국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카티 치료제 ‘킴리아’는 단 1회 투여하면 혈액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완치돼 ‘원샷 치료제’,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1회 투약으로 말기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환자 10명 중 8명, 말기 림프종 환자는 10명 중 4명이 장기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1회 투약에 5억원이나 드는 비용인데 지난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게 됐다. 환자 소득에 따라 적게는 83만원(소득 1분위), 최대 598만원(10분위)만 부담하면 된다. 단 건보 적용 횟수는 평생 1회로 제한된다. 정군의 주치의 김성구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소아 백혈병은 항암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오랜 기간 병마와 싸우게 되는데, 이번 성공이 많은 환아들에게 새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