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다시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정부가 재유행에 대비한 방역·의료 대응책을 마련했다. 코로나 백신 4차 접종을 50대 등에 확대 시행하고 접종을 독려하기로 했다. 영업 시간 제한이나 모임 제한 같은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해 도입하지 않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3일 이런 내용의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60대 이상과, 요양병원·시설, 정신건강증진시설 등 감염취약시설의 입소자,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4차 접종을 실시해왔다. 정부는 향후 재유행으로 중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4차 접종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오는 18일부터는 50대와 18세 이상 기저질환자, 장애인·노숙인 시설 입소자가 접종 대상에 추가된다. 방역 당국은 “50대는 기저질환이 증가하는 연령층이라 추가 위험 대비 측면에서 4차 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은 4차 접종 대상 중 80세 이상만 접종이 권고됐는데, 앞으로는 모든 4차 접종 대상에게 접종이 권고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러한 방침을 밝힌 뒤, “4차 접종은 코로나 중증화로의 진전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대상 국민들의 백신 접종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4차 접종을 받으면 3차까지 맞은 것에 비해 감염 예방 효과가 최대 25% 높아지며 효과는 약 30일 동안 유지된다. 그러나 중증예방 효과(50.6%)나 사망 예방 효과(53.8%)는 장기간 유지되는 효과가 있어 접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백신 접종 후 발생하는 이상반응에 대한 보상 지원을 강화한다. 지원금을 상향 조정하고 부검 후 사인 불명 판정이 날 경우 1000만원의 위로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19일부터 피해보상 신청의 신속 처리를 위한 전담기구인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를 운영할 방침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대유행 때 시행됐던 영업 시간 제한, 모임 제한 등 거리 두기 조치는 지난 4월 25일부터 전면 해제된 상태다.
2020년 8월 2.1%였던 치명률이 지난 5월 0.07%까지 감소했고, 백신·치료제 등 대응 수단이 확보돼 있으며 충분한 의료 대응 역량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방역 당국은 “고물가·고금리 경제 상황에서 민생피해 등 사회·경제적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BA.5 변이의 높은 전파력을 고려하면 거리 두기로 유행 통제에 한계가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자발적 거리 두기를 강조했다. 방역 당국은 “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 및 자발적 거리 두기 실천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마스크 착용, 손 씻기, 잦은 환기 등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재택 근무와 비대면 회의 활성화, 아프면 학교·직장 등에 가지 않고 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라며 “각 부처 소관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통해 유증상자가 쉴 수 있고 밀집도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홍보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다만 치명률 증가 등 유행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경우 요양병원·시설 등의 감염 취약 계층에 대해 면회 제한 및 최소화 같은 선별적·부분적 거리 두기를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17일까지 연장됐던 확진자의 7일 격리 의무는 유지된다. 그동안 4주 단위로 연장 여부를 결정하던 것을 중단하고, 유행이 안정될 때까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격리 의무를 해제하거나 기간을 단축할 경우 유행이 더욱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근 해외로부터의 확진자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입국 후 검사도 강화된다. 기존엔 입국 후 3일 이내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1일차에 받아야 한다. 또한 검사자는 PCR 검사가 나올 때까지 자택에서 대기하는 것이 권고된다.
입국 후 검사 결과는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code)에 등록하도록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건소가 미검사자에게는 검사를 독려하도록 관리를 강화할 예정이다. 검사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제주공항(7월 중) 등 지방 공항에 코로나 검사 센터도 확대한다.
PCR 검사 외에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RAT) 결과로도 확진 여부를 인정하는 현재 진단 체계는 유지된다. 확진자 증가세에 맞춰 지자체별로 임시선별진료소를 다시 확대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 요양(정신)병원·시설에서 이뤄지는 종사자 선제 검사 주기는 현재의 주 1회에서 2회로 늘린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재 78만명분을 보유 중인 먹는 치료제(팍스로비드·라게브리오)도 추가로 94만2000명분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위험군 대상으로 먹는 치료제 처방을 확대할 방침이다. 항체 형성이 어려운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는 예방 목적의 항체치료제인 ‘이부실드’를 8월 둘째주부터 투약한다. 또한 신규 치료제인 사비자불린의 도입 필요성도 검토할 방침이다.
의료 대책으로는 앞서 발표했던 원스톱 진료기관 1만개 확대와 고위험군 대상 패스트트랙 시행, 권역별 병상 공동 활용 등을 지속 추진한다. 병상 부족에 대비해 지난 6월 운영을 중단했던 생활치료센터를 다시 설치할 수 있도록 시도별 1곳씩(서울·경기·인천은 2곳) 예비 시설을 준비할 계획이다.
다음달 1일부터는 재택 치료시 집중 관리군과 일반 관리군으로 분류하던 체계를 폐지한다. 현재 집중 관리군 대상으로는1일 1회 전화로 건강 상태를 점검한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 환자 진료 기관과 치료제 처방이 확대되고 있다”며 “증상이 있으면 신속히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현재 확보된 병상으로 하루 확진자 14만6000명까지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 병상 확보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분만·투석 환자 등 특수·응급 확진자를 위한 병상 확보에도 나선다. 지자체별 외래투석센터와 분만특화 거점전담병원에 200~300% 가산수가를 지급해 병상을 늘릴 계획이다. 재유행 시 코로나·비(非)코로나 환자 모두에게 응급실 기능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응 체계도 마련한다. 응급실 병상 현황을 구급대가 실시간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확진자를 응급실의 일반격리실·코호트격리구역 등에 수용 가능하도록 지침도 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