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22일 오후 충북 단양군 매포읍 매포지구대 앞에 내걸린 ‘우리 아가가 태어났어요’ 축하 현수막을 길을 지나던 주민이 반갑게 바라보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정부는 합계출산율 0.78명 쇼크와 관련, “효과가 작은 저출산 정책은 과감하게 통폐합하겠다”면서 저출산 예산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해결을 위해 2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효과가 부족했다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구 특별회계’를 따로 만들어, 저출산 대책 재정을 집중·효율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앞으로 길게는 50년 동안 벌어질 급속한 고령화사회 진입, 즉 ‘인구 지진’을 미리 내다보고 군 병력 개편, 이민 확대, 정년 연장 등을 단계별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 주재로 기재·교육·행안·복지·고용·국방·법무 등 9개 부처 차관들이 참석한 윤석열 정부 첫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부처별 발언에서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지난 정부들에서 산발적, 단편적 저출산 정책만 추진돼왔다”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비가 없었다”는 말이 나왔다. 2000년대부터 청년 일자리,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저소득 가구 보육 지원 등에 280조원을 썼지만 출산율은 해마다 하락, 2007년 1.26명에서 지난해 0.78명까지 내려갔다. 참석자들은 “다가올 학령인구와 생산인구 축소에 대비해 복지, 고용, 교육 등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자” “수도권·지방 균형 발전을 통해 출산율을 높여 보자”고 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국민 삶과 국가의 존립이 달린 문제”라며 “인구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인구 문제 전문가들은 ‘인구 특별회계’ 내지 ‘저출산 특별회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정부는 이 문제의식을 받아들여 특별법을 제정, 부처마다 흩어진 저출산 예산을 통합, 비용 대비 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면 임신·출산, 아동 돌봄, 일·가정 양립 등 지원 분야별로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운용 기관으로는 저출산위와 복지부 등이 거론된다. 정부 관계자는 “부처별로 특별회계 도입 여부에는 입장 차가 있다”며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선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정책 조정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저출산 대책 사업은 저출산위와 복지부, 고용부, 교육부 등 부처마다 제각각 진행하면서 결과적으로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인구 문제 해결 실마리를 못 풀었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2021년 감사원은 과거 정부에서 무상 보육까지 도입했지만 사교육비가 늘고, 출산 장려금을 받고 나서 다른 지자체로 옮겨가는 등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분양을 늘리고 맞춤형 공공임대 공급과 청년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보고했다. 고령자에게도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하고 ‘고령자 복지 주택’ 같은 고령자 맞춤형 주택 공급도 늘릴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정년 연장과 더불어 55~64세 중장년과 30대 중반부터 40대까지 여성 고용률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역시 병역의무자가 2039년에는 2020년 절반 이하인 15만명까지 떨어진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무인감시 정찰 체계, 여군 비중 확대, 귀화자 병역 의무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2020년 789만명에서 2070년 328만명으로 줄어든다는 전망과 관련, 교사 선발 인원을 줄이고 교사가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교원 표시과목 광역화’, 초등 늘봄학교 확대, 고교 체제 개편 등을 거론했다. 법무부는 상반기 중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을 신설, 각종 이민 정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고 우수 외국 인력을 유입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생산 연령 인구가 2020년대에 연평균 36만명, 2030년대 53만명씩 줄어드는 데 따른 대비다. 보건복지부는 월 35만~70만원 부모급여를 내년에 50만~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앞으로 5년간 총 2500곳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등 꾸준한 지원 등을 통해 혼인·출산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