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왼쪽)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

22일 ‘아이가 행복입니다’ 시즌6 국제포럼의 마지막 3세션에서는 김영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서 국내 저출산 정책의 현황을 소개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인구 위기는 사회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정부 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초저출생의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선 정부·기업·종교 등 모든 사회 주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2006년부터 4차례에 걸쳐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16년간 저출산 예산을 280조원 투입했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 1.13명에서 작년 0.78명으로 계속 떨어지며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김 부위원장은 정책 실패의 원인으로 “저출산 대응 목표의 추상성”을 꼽았다. 가령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목표는 ‘삶의 질 제고’로, 삶의 질을 제고해서 어떻게 저출산을 해결할지 연결 고리가 불분명했다. 그는 “불명확한 목표 아래 정책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있어 국민 체감도가 낮았다”라면서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지난 3월 저출산 정책의 추진 목표를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으로 명확하게 설정하고, 돌봄과 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및 양육 비용 지원 등 5가지 분야에 집중 지원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여론조사 업체 퓨리서치센터 설문 결과를 소개하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 전체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조사에서 ‘자신의 삶을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를 질문했더니 17국 중 14국에서 ‘가족’이 1위였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물질적 풍요’가 ‘가족’을 앞섰다”며 “저출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세대·성별·지역을 불문하고 전 사회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일과 가정 생활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청년 비율은 2011년 29.1%에서 2021년 45.4%로 급증했다. 반면 ‘일을 (가정보다) 우선한다’는 비율은 59.7%에서 33.7%로 감소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업들이 육아 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당연한 권리’로 만들어준다면 정부는 가족친화 경영이 ‘플러스’가 되도록 실질적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내실화하는 등의 노력을 하겠다”라며 “사회적 인식의 대전환을 위한 문화 운동에 함께 해달라”고 했다.

정재훈 교수는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대개조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단기 정책과 장기적 지향점을 나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부모의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업의 가족친화 경영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하고, 아직 시범 단계에 있는 초등 돌봄을 사회 전체적으로 정착시키는 게 그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청년뿐만 아니라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들어와 살고 싶은 ‘편안한 앞 동네’ 같은 지역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부모가 아이와 함께 어디에 가든지 환대받는 마을 분위기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