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김모(28)씨는 헬스장에 거의 매일 가던 ‘몸짱’이었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닭가슴살을 자주 먹었고 단백질 보충제도 먹었다. 운동 직후 자기의 근육질 몸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일상의 낙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그는 한밤에 발목을 칼로 베이는 듯한 통증에 눈을 떴다. 응급실에 실려간 그는 통풍(痛風) 진단을 받았다.

통풍은 단백질 찌꺼기인 요산이 발가락, 발목 등에서 뾰족한 고체가 되면서 생기는 병이다. 큰 고통을 동반한다.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은 고기 등 단백질이 많은 음식에 다량 함유돼 있다.

통풍은 40~50대가 많이 걸리는 중장년 질환이었지만, 최근엔 20~30대 ‘MZ 세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 20~30대 통풍 환자는 13만6947명으로 5년 전인 2018년보다 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의 평균 증가율(24%)보다 확연히 높았다. 특히 이 기간 20대 환자 증가율은 전체 평균의 2배가 넘는 54%였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홍승재 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최근 젊고 술도 안 마시는데도 요산 수치가 높은 환자를 꽤 본다”며 “운동 열풍 속에서 젊은 층이 단백질을 과잉 섭취하는 것 같다”고 했다. 급증하는 ‘MZ 통풍’은 잘 관리한 자기 몸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몸짱 인증’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풍.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통풍은 달라진 술 문화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인 가구 중 2030 비율은 12.5%로, 2000년(6.5%)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여기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배달앱으로 손쉽게 야식을 시켜 집에서 혼자 술을 먹는 ‘혼술’ 문화가 일상이 됐다.

홍승재 교수는 “(야식으로 많이 시키는) 고기에는 요산이 많고, 술은 이 요산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며 “잦은 혼술은 통풍 발작 위험을 높인다”고 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고 있는 박모(27)씨는 3년 전부터 통풍을 앓고 있다. 그는 취업 압박이 올라올 때마다 족발, 치킨을 시켜 혼자 술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젊은 통풍 환자 급증의 배후엔 20~30대의 취업, 육아, 내 집 마련 같은 강한 스트레스가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서울에서 외벌이 직장 생활을 하는 이모(38)씨는 작년 초 통풍 발작이 왔다. 그는 “월급을 받아도 두 딸 교육비와 생활비, 전세 대출금 이자를 내고 나면 매월 마이너스였다”며 “우울할 때마다 대량으로 사놓은 딸기·포도 주스와 초콜릿을 먹었다. 거의 설탕 중독이었다”고 했다. 과당은 혈중 요산 수치를 끌어올려 통풍을 유발한다.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원래 우울증 환자 1위는 60대였는데 2020년 이후 20대가 줄곧 1위”라며 “어느 때보다 스트레스가 심한 지금의 20~30대가 야식과 혼술, 단것으로 이를 해소하면서 통풍이 느는 것 같다”고 했다.

스트레스 자체가 통풍 발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란 지적도 있다.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요산 수치가 똑같이 높아도 한 사람은 멀쩡하고, 다른 사람은 통풍에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높은 요산 수치에 스트레스가 겹쳐 통풍 발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통풍 발작을 일으키는 도화선이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