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사고 감정위원단’ 풀을 기존 300명에서 1000명으로 늘리고, 사망·중상해 사건은 의료인 2명 이상이 감정위원으로 참여토록 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정부가 신설할 예정인 의료사고심의위원회에서 수사 당국이 확보한 의무기록과 CCTV 등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6일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16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에선 의료사고 감정 절차 개선,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운영 등 의료사고 안전망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현재 의료사고 감정 등을 맡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사고 감정단은 의료인, 법조인, 환자·소비자 등 감정위원 300명으로 구성된다. 특위는 이 위원단을 1000명 규모로 확대하고, 사망‧중상해 같은 중요 사건은 의료인 2명 이상이 감정에 참여해 신뢰성‧객관성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의료사고 조정·중재 시 중재원에서 구성하는 ‘감정부’는 의료인인 위원장 외에 의료인 1명, 법조인 2명, 소비자 위원 1명으로 구성되는데, 법 개정을 거쳐 의료인을 2명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위원장을 포함할 경우 총 6명의 위원 중 3명이 의료인이 된다.

이날 특위는 향후 신설 예정인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심의 절차와 운영 방안, 법적 보호가 필요한 필수의료 범위와 중과실 중심 기소 체계 전환 방향도 논의했다. 정부, 의료계, 환자·시민사회, 법조계 등으로 구성될 의료사고심의위는 필수의료 분야 의료사고 시 의료 감정 결과를 토대로 의료진의 중대 과실 여부를 판단한다. 의사들의 필수의료 기피 원인인 사법 리스크(위험) 완화를 위한 것이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산하인 ‘의료사고 감정위’의 감정 결과가 주로 민사상 분쟁 해결에 활용된다면, ‘의료사고심의위’ 심의 결과는 형사 수사·기소 과정에서 의료사고의 중대한 과실 여부를 수사기관이 판단하는 데 직접적인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작년 9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 상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의위는 수사기관에 사건이 접수되면, 의료분쟁조정원의 의료사고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필수의료인지 여부와 의료진 중대 과실이 있었는지를 판단해 수사기관에 의견을 제시한다.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수사·기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단순 과실이면 배상 조정 권고, 의료진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 사고는 국가 보상을 권고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대 과실만 책임을 묻고, 단순 과실이나 불가항력 사고는 수사·소송 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특위는 이날 의료사고심의위의 심의 진행을 위해 수사 당국에 제출된 의무기록, CCTV 자료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 등도 논의했다.

노연홍 특위 위원장은 “의료분쟁 해결의 첫걸음은 의료사고 원인과 결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감정”이라며 “의료감정이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진행될 때 민·형사적 조정도 원만히 해결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의료감정 체계 구축과 함께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료사고 심의 절차를 확립해 환자, 의료인 모두 장기간 민·형사 소송 없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