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감이 급격히 확산하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강북구 소재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박성원 기자

정부가 설 연휴 때 독감(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을 치료할 전담 병원을 지정하고, 이 기간에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 보상도 늘린다. 이렇게 호흡기 질환 동시 유행에 대응하고, 의료 공백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이번 설 연휴 큰 병원 응급실에서 하는 중증·응급 수술에 대한 야간·휴일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 가산을 종전 200%에서 300%로 늘린다.

그래픽=양진경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부터 1월 4일 한 주 동안 전국 표본 병원 220곳에서 집계한 독감 환자는 1452명으로, 한 달 전(12월 1~7일)의 20배 가까이로 늘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응해 16일 설 연휴 응급 의료 체계 유지 특별 대책을 발표했다. 의정 갈등 사태에 따른 비상 진료 체계가 1년 가까이 이어지는 데다, 최근 독감·코로나 등 호흡기 질환 유행까지 겹쳐 지난 추석 연휴 때보다 대책을 늘렸다. 복지부는 특히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2주간을 ‘설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지정하고, 의료 체계를 집중 점검·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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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최장 9일간 이어지는 장기 설 연휴에 강도 높은 의료 지원 대책을 추진한다. 최우선으로 중증·응급 수술 지원을 강화한다. 의료진이나 병상 부족으로 중증 치료가 늦어지거나 응급실 ‘뺑뺑이’가 벌어지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 181곳을 대상으로 중증·응급 수술에 대한 야간·휴일 수가를 100%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가 가산은 종전 200%에서 300%까지 오른다.

정부는 전국 응급실 413곳에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를 전담관으로 지정해 관리할 방침이다. 또 지역 응급 의료 기관 233곳과 응급 의료 시설 113곳의 진찰료를 한시적으로 1만5000원 가산한다. 중증이 아닌 응급 질환은 지역 응급실 이용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특히 고위험 임부와 신생아를 위해 설 연휴 중앙응급상황실에 산과·신생아 전담팀을 구성하고 별도로 병상 종합 상황판도 갖출 계획이다. 지난 추석 연휴 응급 상황을 맞은 충북 지역의 임신부가 인근 지역과 수도권을 포함해 의료 기관 75곳에 이송과 치료 여부를 타진하다가 6시간 만에 가까스로 치료받은 바 있는데, 이런 일의 재발을 막겠다는 것이다. 시도별로 핫라인을 구축하고, 다태아 수용을 위한 신생아 중환자실 예비 병상을 확보하는 한편 의료진 당직을 늘리도록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그래픽=백형선

이번 설 연휴엔 지난 추석과 달리 호흡기 감염병 유행까지 겹쳐 관련 진료 체계도 강화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의원 300곳 대상 인플루엔자(독감) 표본 감시 결과 인플루엔자 의사(의심) 환자는 올해 첫째 주(12월 29일~1월 4일) 기준 1000명당 99.8명으로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코로나 입원 환자도 최근 3주째 증가세다. 특히 입원 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이 62.9%로 가장 많다. 이 외에도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RSV) 등 여러 호흡기 질환이 복합 유행하고 있다.

이에 복지부는 발열 클리닉 115곳 이상, 호흡기 질환을 집중 진료하는 협력 병원 197곳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발열 클리닉은 감염병 경증 환자가 응급실까지 가지 않고도 집중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공공 병원이나 지방 의료원 등에서 주말·야간에 운영한다. 정부는 협력 병원에는 입원 배정 지원금(20만원)을 지급해 환자의 적극적인 수용을 유도하기로 했다. 또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유치원·학교 내 연락 체계를 활용해 발열 클리닉 등을 안내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독감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국민은 지금이라도 받기를 권장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독감 유행세는 설 연휴 전 절정을 맞고 점차 감소할 전망”이라고 했다.

연휴 외래 진료에도 공백이 없도록 문 여는 병원과 의원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추석 연휴 때와 마찬가지로 문 여는 병·의원에는 진찰료 3000원, 약국엔 조제료 1000원을 정액으로 추가 가산한다. 앞서 작년 설 연휴에는 하루 평균 3643개소, 작년 추석 연휴엔 8743개소가 문을 열었다. 복지부는 “이 외에도 지자체별 예산을 지원해 더 많은 병원에서 연휴 기간 문을 열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달빛어린이병원, 아동 병원 등 소아 진료가 가능한 의료 기관에 야간·휴일 운영을 독려 중”이라고 했다. 이번 설 연휴 기간 가산되는 수가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환자 부담은 늘지 않는다.

연휴 기간 중 문 여는 병·의원, 약국 정보는 129 콜센터나 응급 의료 포털(e-g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연휴 기간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층의 감염이 고령층 감염으로 이어지는 일이 늘어난다는 것”이라며 “증상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만나지 말고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등 기본적 예방 수칙을 꼭 지켜야 한다”고 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위중증 환자도 늘고 있는 만큼 명절 기간에 증상이 나타나면 주저하지 말고 발열 클리닉을 찾아 진료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