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간호사 대부분은 한국에 귀국한 뒤 보건소나 요양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일하며 한국의 돌봄·간호 인력난 실태를 직접 경험했다. 한국과 독일 양국에서 간병·돌봄 업무를 해온 이들은 이제 거꾸로 돌봄이 필요한 70~80대 노인이 됐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이런 노인을 보살필 간병·돌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필리핀·베트남 등에서 ‘파한 간병인’을 모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파독 간호사들은 외국인을 들여오기 전 한국인부터 먼저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종례(72)씨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중에 일을 하고 싶어도 자신감이 떨어져 포기하고 ‘장롱 면허’만 가지고 있는 중년 여성 수가 엄청 많다”며 “외국인부터 무턱대고 데려오기보단 일 안 하고 있는 자격자들이 현장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추가 교육을 시키는 등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실제 요양보호사 자격증 소지자는 지난해 4월 기준 287만5159명이지만, 일 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는 65만7104명에 불과하다.
파한 간병인을 모집해야 한다면 이들에 대해 내국인과 동등한 처우를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최근 급격하게 높아진 최저임금으로 외국 인력에 한해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지만, 파독 간호사들은 “우리는 그런 차별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홍순(74)씨는 “비닐하우스에서 먹고 자는 외국인 뉴스를 가끔 보면 ‘우리는 (독일에서) 저러지 않았는데…’ 안타깝다”며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고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더 많은 훌륭한 인력이 다른 나라가 아닌 한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에서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노인 돌봄에 대한 전 국민적인 인식과 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명덕(74)씨는 “남편이 요양병원에 있었는데 간병인이 남편에게 고함치는 걸 봤다”며 “가족만큼 진심일 순 없겠지만 간병인도 직업의식을 가지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순례(73)씨는 귀국 후 요양병원에서 일하다가 최근 장기요양 수급자에게 방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조씨는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모르니까, 자식들도 부모가 아프면 일단 오래 입원할 수 있는 시설에 맡기고 본다”고 했다. 시설 입원 외에도 방문 간호, 주간보호센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시설 입원율이 높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22년 7월∼2023년 6월 전국 1494개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55만7678명 중 8만7145명(15.6%)은 굳이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는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