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에 사는 A(65)씨는 소뇌 위축증으로 혼자서는 거동이 힘들어 ‘방문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다. 생계를 책임지는 아내가 오전 8시 회사로 출근한 뒤 혼자 누워 있으면 오후 1시 요양보호사가 집으로 찾아온다. 요양보호사는 오후 4시까지 3시간 동안 A씨를 돌봐주고 간다. A씨는 아내가 오후 7시 퇴근해 귀가할 때까지 하루 8시간을 홀로 버틴다. A씨 아내는 “남편이 혼자 화장실도 못 가지만, 생계를 위해 내가 집을 비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A씨처럼 혼자 일상생활을 하기 곤란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노인이 집에서 요양할 경우 하루 2시간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을 돌보는 보호자 5명 중 2명은 “돌봄 부담이 심각하다”고 했고,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 의심되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 조윤민 부연구위원의 ‘돌봄 필요 노인의 건강·돌봄 특성과 향후 과제’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 5045명과 이들의 주 돌봄 제공자 4092명을 조사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장기 요양 서비스’는 정부에서 장기 요양 등급 판정을 받은 이들에게 간호·목욕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65세 이상 노인이나 치매 등을 앓는 사람 중에 장기간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이들이 대상이다.
이번 조사 결과, 집에서 장기 요양 서비스를 받는 노인은 하루 중 수면 시간을 제외하면 평균 4.9시간의 돌봄이 필요했다. 하지만 가족·요양보호사 등의 도움을 받는 시간은 2.9시간에 그쳤다. 2시간 정도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다. 노인들이 하는 활동 중에선 TV 시청이 5.8시간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이들을 돌보는 ‘주 돌봄 제공자’는 배우자(35.7%)가 가장 많았다. 이어 아들·며느리(32.9%), 딸·사위(27%) 등이 뒤를 이었다. 주 돌봄 제공자의 연령대는 55~64세(30.3%), 75세 이상(28.2%), 65~74세(22.5%) 순이었다.
주 돌봄 제공자 42.1%는 ‘심각한 정도의 돌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도 33.7%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