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의 대표 품목인 종근당 '글리아티린'과 대웅바이오 '글리아타민'. /각 제약사

경기도에 사는 이모(65)씨는 뇌 기능 개선제인 ‘콜린 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를 아침·저녁 하루 두 번 복용한다. 이씨는 “나이가 들면서 중요한 약속도 깜빡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변에서 다들 ‘아직도 뇌 영양제 안 먹느냐’고 하더라”며 “효과를 본 건 아니지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겠거니 싶어 3개월 치씩 처방받아 매일 복용 중”이라고 했다.

콜린 제제는 2010년대 후반부터 고령층 사이에서 ‘뇌 영양제’ 등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치매 증상 완화 등을 위해 처방되는데, 부작용이 적고 장기 처방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돼 단순 기억력 감퇴 환자 등에게까지 처방이 확대됐다. 최근 발표된 ‘2023년 건강보험 급여 의약품 지출 순위’에서도 고지혈증 치료제(에제티미브+로수바스타틴칼슘 복합제·6058억원) 다음으로 콜린 제제가 처방 규모 2위(5630억원)였다. 2018년 2756억원에서 5년 만에 2배로 커졌다.

문제는 콜린 제제의 ‘효능 논란’이다. 콜린 제제는 신경 전달 물질로 작용하는 아세틸콜린 생성을 촉진해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경도인지장애·알츠하이머 환자 등의 인지 저하 진행을 늦춘다는 일부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하지만 효능 입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고, 미국과 상당수 유럽 국가에선 치료 효과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 등으로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한다.

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부터 치매 외 질환에는 처방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선 각 제약사가 임상 시험을 통해 치료 효능을 입증토록 하는 임상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2027년까지 경도인지장애·알츠하이머에 대한 콜린 제제의 효능을 입증해야 한다.

앞서 보건복지부 명령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은 2021년 각 제약사와 ‘임상 실패 시 처방액의 20%를 반환한다’는 취지의 환수 협상 계약을 했다. 효능을 입증 못 하면 임상계획서 승인일부터 건보 급여 목록에서 제외될 때까지 처방된 금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줘야 한다. 만약 제약사들이 재평가를 통과 못 할 경우, 환수액이 수천억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제약사들은 ‘환수 협상 계약은 무효’라는 취지의 행정소송 등을 제기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다음 달 계약 무효 확인 소송의 첫 변론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