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례식장 모습./뉴스1

조윤빈(24)씨는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다. 지난해 을지대 성남캠퍼스 장례지도학과를 졸업하고 곧장 이곳에 취업했다. 조씨는 장례식을 마치고 화장터로 옮겨진 고인을 화장로 안으로 옮기고, 화장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는 일을 맡고 있다. 화장이 끝나고 남은 뼈를 수습해 골분으로 만들어 유족에게 전달하는 것도 조씨의 역할이다. 조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장례지도사를 꿈꿨다. 그는 “장례를 접하기 힘든 젊은 사람들은 장례지도사를 멀고 어려운 직업이라고 느끼지만, 저는 사람들의 ‘마지막 복지’를 챙기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요즘 같은 취업난 속에서도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되고 오래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 이상)에 접어들면서 장례지도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71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차례차례 65세를 넘기는 등 향후 30년간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례지도사 국가 자격증 발급 건수는 2020년 1602건에서 지난해 2967건으로 4년 사이 85% 증가했다. 장례지도사는 유족 상담부터 시신 관리, 빈소 설치 등 장례 의식을 총괄하는 직업으로, 학원이나 대학 등 정부 인증 기관에서 현장 실습 등 최대 300시간의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간 남성들이 주로 하는 직업으로 알려졌던 장례지도사에 2030세대, 여성, 은퇴자들이 도전하면서 연령과 성별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대형 상조 회사에서 일하는 장례지도사 박정현씨는 “제가 일하는 회사의 장례지도사들은 남녀가 반반 정도”라면서 “20대와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지난해 제가 운영하는 장례식장에 체구가 작은 여자 장례지도사가 취업했는데 처음엔 ‘몸을 많이 쓰는 일인데 잘하려나’ 걱정했지만, 맡겨보니 세심하게 업무를 잘해냈다”며 “장례지도사가 점차 유망 업종으로 여겨져 다양한 사람이 장례지도사를 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학의 장례 관련 학과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는 작년 입학생 34명 가운데 80%가 20대였고, 절반(17명)은 여성이었다.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입학한 남성도 있었다. 장례 관련 학과가 학생 모집이 잘되자 경북 경주의 신경주대는 지난해 4년제 장례문화산업학과를 신설했다.

고인의 존엄이 중요해지면서 장례지도사에게 강조되는 업무나 자질도 달라지고 있다. 예컨대, 지도사 교육 과정에서 고인의 사진을 보고 생전 얼굴 모습과 가깝게 화장을 해주는 ‘장례 복원 메이크업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또 대형 참사 등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유족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강조되는 추세다. 작년 12월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에도 보건복지부가 장례지도사 278명을 파견해 시신 수습과 장례 절차를 지원하도록 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장례 관련 교육도 이루어진다. 대전보건대 장례지도과 2학년 김소하(20)씨는 “외국인 사망자를 해외로 운구할 때 부패를 최대한 막는 방법도 학교에서 배웠다”고 했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민간 자격증인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함께 따는 경우도 있다.

상조업계에 진출하려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정수기 등 렌털 서비스 기업인 코웨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신사업으로 상조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교육 기업인 대교와 웅진도 상조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교는 지난달 상조 서비스를 출시했고, 웅진도 상조업계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례지도사

장례 관련 일을 하는 사람. 장의사라고도 불린다. 시신을 닦고 수의를 입히는 일부터 영구차로 운반하고 화장·매장하는 일까지 담당한다. 유족에게 장례 절차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