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병원의 수술실. /장련성 기자

정부가 의료 사고 발생 시 환자나 가족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과 유감 표명을 법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20일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나온 의료진의 사과나 유감 표시가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의료진에게 ‘의료 사고 설명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의료진이 환자에게 의료 사고에 대해 반드시 설명하도록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의미다.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 부족으로 인한 소모적인 소송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정부 관계자는 “그간 의료 사고 발생 초기 법적 분쟁 우려로 인해 의료기관이 사고 설명이나 유감 표시 등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다”며 “이로 인해 상호 감정이 악화되고 민·형사상 소송이 증가하게 됐다”고 했다.

환자가 입은 상해 중증도에 따라 사고 설명 범위가 달라진다. 경상해일 경우 담당 의료진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사고 경위와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중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병원장 또는 진료과별 안전 관리자가 수술 계획과 실제 치료 내용, 환자 상태, 문제 상황, 결과에 대해 환자 측에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사고 설명 과정에서 나온 의료진의 유감 표시 등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만들기로 했다. 의료진이 법적 부담 없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고 경위를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캐나다 등의 ‘환자소통법(disclosure law)’ 도입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 미시간대 의료원에서는 ‘의료 사고 소통법’을 도입한 후 한 달 평균 소송 건수가 2.13건에서 0.75건으로 감소했다. 소송 관련 평균 비용도 16만7000달러(약 2억4000만원)에서 8만1000달러(약 1억1000만원)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2018년 김상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환자 안전 사고에 대해 의료인이 사고 내용과 경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나온 유감 표현 등은 향후 민·형사상 재판 등에서 의료인의 책임에 대한 증거로 삼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환자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