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 쌍꺼풀 수술 11만원.’

지난 26일 미용 의료 정보 앱 ‘강남언니’에 이 같은 광고가 올라와 전화 상담을 신청했다. 의료 경력이나 환자의 눈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통상 매몰 방법의 쌍꺼풀 수술 비용은 50만~150만원 정도다. 약 20분 뒤 서울 서초구에 있는 해당 성형외과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말 11만원에 쌍꺼풀 성형 수술이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해당 직원은 “그렇다”며 방문 상담을 예약해주겠다고 했다. 다만, 눈 수술이 처음이어야 하고, 방문 상담을 통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최근 성형외과·피부과에서 ‘최저가 경쟁’이 치열하다. 첫 방문 할인, 수험생 이벤트 등을 통해 기존 가격의 10~20% 수준의 ‘땡처리 상품’이 늘어나 평균적인 성형·시술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원래도 돈벌이가 쉬운 미용 분야에 의사들이 많이 몰렸었지만, 최근엔 사직 전공의들까지 가세해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병원들은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워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3000원 보톡스’ ‘1000원 제모’ ‘1만원대 필러’도 등장했다. 여기에 첫 방문, 수험표 할인 등 각종 이벤트가를 적용하면 가격이 더 싸진다. 물론 이런 상품 상당수는 1회에 한해 적용되는 ‘미끼 상품’이다. 하지만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난립해 있고, 병원마다 할인 혜택을 주다 보니 여러 병원을 돌며 땡처리 상품만 쏙쏙 이용하는 ‘미용 병원 노마드족(유목민)’도 늘고 있다.

반면 ‘필수 의료 분야’는 정부가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해당 분야 의사들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7일에도 고난도 소아·청소년 수술에 대한 보상을 대폭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소아·청소년 수술 수가 최대 850만원까지 높여

과거에도 성형외과와 피부과에서 최저가 상품들은 있었다. 하지만 의정 갈등 사태 이후 사직 전공의가 대거 미용 병원으로 몰려가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분석이다. 개원가에 의사가 몰리며 ‘의사 월급 300만원대’가 등장한 것처럼, 시술 가격 역시 크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의료계에선 앞으로 미용 병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의 자격 취득 대신 미용 의원 개원을 하려는 의사가 많은 데다가 의대 정원까지 늘어났기 때문이다.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일반의가 신규 개원한 의원은 전국적으로 총 129곳. 이 중 80.6%인 104곳이 피부과를 진료하겠다고 신고(중복 가능)했다. 성형외과도 33곳이었다.

성형외과·피부과들 사이 출혈 경쟁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병원마다 마케팅에 힘을 쓰면서 직장인을 겨냥한 일요일, 오후 9시까지 야간 영업을 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내국인 환자 유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아예 외국인을 겨냥한 전문 병원이나 센터를 열기도 한다.

미용 의료 분야 시술은 가격이 떨어지지만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은 대폭 강화되고 있다. 27일 보건복지부는 고난도 소아·청소년 수술 등 필수 의료 분야 수술 가산 항목을 신설해 보상을 파격적으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5월 6세 미만 환자에 대한 고위험·고난도 수술 가산을 대폭 개선한 바 있는데, 가산(추가금) 항목을 더 늘리고, 6~16세 대상 가산도 신설한다는 것이다. 소아 수술은 성인과 달리 성장과 발달 단계에 따른 특성을 고려해야 해 어렵고 위험도 크다. 그래서 그간 의료계에선 “추가 보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예컨대, 지금은 동맥관이 열려 호흡곤란을 겪는 선천성 심장 기형 환자의 혈관을 닫는 ‘경피적 동맥관 개존 폐쇄술’을 상급종합병원에서 하면 수술 수가(건강보험이 병원에 주는 돈)는 96만4482원이다. 여기에 연령별 가산을 하면 수가가 약 96만~850만원 늘어난다.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두개절제술도 마찬가지다. 상급종합병원 신경외과 전문의가 6~16세 환자에게 이 수술을 하면 지금은 수술 수가 233만8893원에 전문의 가산 23만3887원을 더해 257만2780원을 받았다. 그런데 앞으론 수술 수가에 소아 가산 100%가 붙어 491만1673원을 받는다. 수술 보상이 기존 대비 약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